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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단상
새들은 추월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08/02/21 [15:4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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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편집국장직무대리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고 괴상한 것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침 출근길. 평소대로 준비하고 도로에 나서면 그래도 아침이 주는 상쾌함이 지난 밤 숙취로 멍한 머리를 투명하게 씻겨 준다.

차량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운전하다가 화들짝 놀란다.

앞의 신호가 파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를 하고 핸드브레이크를 걸려고 하는데, 갑자기 현대자동차에서 출고한 짚차가 굉음을 내면서 중앙선을 침범해 앞으로 치고 나간다.

그 뒤로 잠깐 뒤, 신호는 적색으로 바뀌었고,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손가락으로 짚차를 가리키며 무슨 말인가 떠든다.

필경 육두문자를 썼을 것이다.

왕복 8차선도로인 국도7호선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교통법규 위반현장이다.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뀐 뒤 주행하다보면 그 짚차가 앞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

아마 추월할 수 없는 조건의 도로였기 때문에 부득불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리라.

자칫 사고라도 발행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우리나라가 일차산업으로 경제규모를 꾸릴 때는 그렇지 않았다.

오토바이라도 한 대 집에 있으면 부자로 통하던 시대가 불과 30년 전이다.

그 후 수입자동차가 드문드문 보이던 시기는 자동차의 보유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인정받고 우대받던 시기도 있었다.

바쁘면 먼저가야 한다는 양보의식도 있었고.

당시에는 술을 먹고 나서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경찰관도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검문 없이 통과를 시켜주곤 했었다.

마치 죽음의 길로 빨리 가기위한 추월경쟁 같다.

우리는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자연의 질서를 생각한다.

‘누우’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큰 강을 건너고 초원을 찾을 때 우두머리를 앞세우면 절대 다른 누우가 추월하지 않는다.

‘하마’의 행렬도 마찬가지로 대장이 앞서면 다른 하마들은 그저 묵묵히 따를 뿐이다.

또 겨울에 찾아오는 철새들도 우두머리가 앞에서 날고 있으면 무리는 우두머리의 뒤를 따르지, 절대 추월하려는 돌출행동을 하지않는다.

추월하는 행위는 오로지 인간들에게서만 나타난다.

‘좀더 빨리, 남보다 앞서서, 내가 먼저’라는 의식이 사회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새들은 절대 추월하지 않는다.

태화강을 나르는 청둥오리 떼를 가만히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자연의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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