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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단상
모래를 뿌리는 사람
기사입력: 2008/01/24 [17:4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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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편집국장직무대리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강원도 산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부지방과 호남지방 등 전국이 강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기에 4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폭설까지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사화가 온통 꽁꽁 얼어붙었다.

울산에도 지난 주말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도로와 차량의 천정 위에 수북하게 쌓이면서 장관을 이루었다.

그런데 보기에 좋고 아름다운 풍경이 골칫거리로 변하고 말았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새벽부터 도로가 꽁꽁 얼어붙었던 것.

평소 경험하지도 못했거니와 동절기를 대비한 장비를 준비한 운전자는 전혀 없었고, 울산의 날씨가 워낙 따뜻해 자동차 정비업소나 카센터, 부품판매점도 눈길에 쓰이는 체인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경사진 곳이 있으면 스노우타이어 또는 체인을 걸지 못한 차량들이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고, 국도 7호선은 미끄러진 차량과 작은 접촉사고로 인한 운전자들의 논쟁까지 더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래도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의 사정은 나은 형편이었는데, 문제는 아파트 밀집지역과 주택지역의 경사진 도로였다.

밤새 얼어붙은 경사로는 체인이 없는 차량으로 왕래하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었는데, 유사시 도로에 눈이 쌓이거나 얼었을 때 뿌릴 수 있는 제설용 모래가 아파트 입구와 마을 입구에 전혀 배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미끄러운 도로 위에서 자동차가 기어를 넣지도 않았는데 그냥 미끄러지면서 앞차를 들이 박거나 빙글 돌아가는 사태.

자동차 핸들을 꽉 쥐고 브레이크를 밟아 보지만 그럴수록 차는 더 미끄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

드디어 도로가 얼어 황당한 경험을 겪고 있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뻗쳤다.

다름 아닌 모래다. 마을 주민이 출근하면서 이왕 사정이 이래서 회사에 늦을 바에 도로에 모래나 뿌려 주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미끄러지는 차량을 도로 옆에 세워 놓고 길가 민가에서 삽을 가져와서 밭에 있는 흙을 퍼다가 얼어붙은 도로에 뿌리기 시작했다.

한참 모래를 뿌리는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운전자는 그 사람에게 시청에서 나왔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공무원이 이런 일에 나서야 한다는 투다.

해마다 한 두 번씩은 겪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제설용 모래를 충분하게 비치하지 않은 행정기관도 문제이지만, 얼어붙은 도로에 모래를 뿌리고 안전운행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 중의 하나이다.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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