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셨군요. 홀연히 왔던 길 가셨군요. 불꽃처럼 살다 불꽃처럼 스러지겠다던 평소 말씀이 허언처럼 들렸는데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했어도 지키지 않아도 될 말 무에 그리 중하다고 기어이 놓지 않으셨던고!
세상사 고저장단 미추음양이치라 어둠 있으면 밝은 곳 있게 마련. 부드러우면 휘어지고 강한 것은 부러지나니 강직함이 언론 속에서 마디를 만들어 감히 말 못할 일도 거침없으매 역사에 길이 남을 탑도 쌓았고 뒤편 상처 입은 이들 원망도 많았으니... 외롭고 고단한 외길 언론인생이셨네요.
개인적 인연 귀 언론이 강성이라 억울하다 찾아온 후배 데리고 삼자대면했던 2001년. 부당함을 꼬치꼬치 지적하던 생면부지의 언론 후배에게 권위 세우지 않고 잘못을 사과하던 그 담백함이라니. 대장부의 기개를 보여주었지요.
그 후 7년 세월 고집 세고 아둔한 필자를 밀어주고 끌어 주셨지요. 지쳐 힘들어 보이면 “잘하고 있다. 다 왔다. 느리지만 똑바로 가고 있는 여성신문이 부럽다”고 격려해 주신 언론의 선배이자 든든한 후원자셨는데. “무서라, 무서라. 주먹만한 덩치 어디서 그 무서운 힘이 있어 천하여장군일꼬?” 참되게 일하는 모습 그대로 지켜 후생에도 지켜보는 기쁨을 달라고 한 진정 남아이자 신사였던 선배였지요.
이리 일찍 가실 줄 알았더라면 춤 한 번 추자 하실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세 번이나 매몰차게 뿌리치지는 않았을 텐데. 이리 허망하게 가실 줄 알았더라면 손이라도 한 번 따뜻하게 잡고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 한 마디라도 전해 드렸을 텐데.... 분에 넘치는 자애와 칭찬 덥석덥석 받기만 했으나 돌려드릴 길이 없네요. 살아생전 주신, 격려와 따뜻한 말씀 고마웠습니다. 못 전해드린 감사의 정으로 “느리지만 바른 언론의 길을 걸어라”하신 말씀 잘 받들겠습니다. 무거운 짐 내리고 고단한 몸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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