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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후쇼샤 교과서 한일 시민단체가 함께 막자"
지난 20일 충남교과서대표단, 구마모토현 도착 기자회견
기사입력: 2005/06/27 [11:0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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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관 기자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이 곧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대전충남 교육시민단체 일본 구마모토현 대표단(단장 송인준)’ 일행 16명은 지난 20일 인천공항에서 오후1시30분 아시아나항공 142기편으로 구마모토 국제공항을 향했다. 떠나기 전 대표단은 서로 간단한 인사와 출국 수속절차 등과 관련해 모임을 가졌다.

이 때 한 단원의 얘기가 압권이었다. 일본 입국카드에 여행목적을 쓸 때 ‘관광객으로 써야 한다’고. 역사 왜곡교과서 문제가 한일 간에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하려가는 눈치를 채면 입국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을 귀담아 듣고 곧바로 출국 수속을 했다. 짐을 부쳤다. 시간이 조금 남아 공항 면세점을 돌면서 아이 쇼핑을 했다. 비행시간이 다가오자 티케팅을 했고 곧바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기내식(햄버거)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서울에서 제주간 거리보다 약 10분 더 걸린 거리, 정확히 말해 인천에서 1시간 여 거리에 구마모포현 국제공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예상대로 물리적 거리는 정말 가까웠다. 하지만 정신적(역사적) 거리는 정말 멀게만 느껴진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일본을 두고 고인이 된 할아버지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자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일본 구마모토현 국제공항에 내려 여권과 입국카드를 작성해 입국 수속을 했다. 구마모토현 공항 직원들은 한결같이 상냥해 보였다. 간단한 한국어로 인사말을 구사한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절로 친근감이 생기도 했다.

구마모토현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 대합실로 나오자 우리를 반긴 사람들. 이곳에서 후쇼샤 역사 교과서 불채택 운동을 하는 평화를 사랑하는 모임, 이라크 파병반대 모임, 구마모토현 교과서네트워크모임, 구마모토현 민의회 회원들이었다. 다나카 노무유키 씨와 일본대한민국민단 최상철 사무국장, 교포2세 주영덕씨 등이 자기소개를 했다. 대표단은 이들과 악수를 하면서 명함도 교환했다. 조우가 끝나고 곧바로 준비해온 차를 나눠 타고 구마모토현청 교육위원회로 향했다. 정확히 말해 20일 오후3시였다. 이때부터 구마모토현 내의 4일간의 강행군은 시작됐다.

우리와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점, 중앙선을 기준으로 왼쪽차도로 움직인다는 점, 창밖을 보니 힌 반팔 상위와 검은색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발랄하게 웃으며 옹기종기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 등이 선뜻 눈에 띄었다. 바로 첫 번째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된 부분이었다.

전기 공사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후쇼샤 역사 교과서 반대모임, 이라크 자위대 파병 반대 모임, 평화헌법을 지키는 모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나카 노무유키(54) 씨가 운전한 차에 탑승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민사회활동에 관심을 뒀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시민사회활동을 시작한지는 15년이 됐다. 정말 상냥했다. 한국 독립기념관도 다녀왔다고 전했다.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의 첫마디는 단연 한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의 회담 내용에 대한 관심이었다. 함께 간 대표단원인 이병례(예산여고, 충남일본어교육연구회 회원) 선생이 통역을 했다.

다나카 씨는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간의 회담에서 공동 역사인식을 해야 동북아 평화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충청남도 선생, 학생 등이 구마모토현청 교육위원회에 보낸 왜곡 교과서 채택반대 서신을 교육위원회에서 쌓아두고 있는 것 같다”며 “서신이 아직 홍보가 되지 않았는데 대표단이 방문을 함으로써 홍보가 될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특히 이번 방문 일정이 빠듯해 힘들 것 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관광도 하고 편안한 스케줄이 돼야 하는데 일정히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 많은 시정촌 교육위원회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별로 없을 것이다.”

구마모토현과 자매결연을 맺은 충청남도와 비슷한 점은 농업이 활발한 도시라고 얘기했다. “구마모토현이 인구 185만정도 된다. 충청남도(250만)도 비슷할 것이다. 특히 농업이 활발하다는 점이 더 비슷하다. 특히 이곳 수박은 량과 질 면에서 일본 내에서 1위이다. 다다미방의 재료인 이구사(돗자리 풀) 생산량도 일본에서 1위이다.”

다나카 씨가 말을 하던 중 자위대 구마모토현 서부방위대 기지를 지나게 됐다. 그는 화제를 돌려 자위대에 관한 얘기를 했다.

“이곳은 구마모토현이 속한 큐슈지역 전체의 지령을 사령부이다. 지난 18일(토요일) 서부지역 자위대 이라크 파병 파티가 있었다. 그날 서부방위대기지 정문 앞에서 파병반대모임 회원들과 함께 ‘평화헌법을 지키라’며 자위대 파병반대 시위를 펼쳤다. 일본 전국 12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고 큐슈지역에서는 유독 구마모토현 파병반대 시민단체들만 참여했다.”

그는 평화헌법 9조에는 자위대가 파병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위대 파병반대와 관련해 헌법소원이 계류상태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후 4시20분, 구마모토현청 교육위원회에 도착했다. 후쇼샤(중학사회 교과서) 역사왜곡 교과서를 반대하는 구마모토현 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했다. 교포2세 주영덕 씨가 통역을 맡았다. 이날 송인준(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상임의장) 단장은 역사는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후쇼샤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 것을 담는 요청서를 구마모토현청 교육위원회 이시이 교육차장(부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송 단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역사는 진실을 제대로 알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가 한일 우호의 해이기 때문에 교류증진이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시 도민은 지난 36년간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후쇼샤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것은 일본정부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 지난 97년과 2001년에 구마모토현에서 보여준 역사교과서 선택을 다시 기대하겠다.”

이어 이시이 후미오 교육차장은 “교과서 채택이 잘되도록 행정사무, 자료 등 지원하고 있다”며 “교과서 채택권한은 각각의 지역의 교육위원회에서 맡고 있다”고 이해를 부탁했다.

이날 다나카 씨는 한중일 역사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역사교과서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이 교과서를 이시이 후미오 교육차장에게 전달했다.

지난 5월 명성황후 묘역과 시해된 궁전 등을 다녀왔고 일본에서 명성황후를 재조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후로사와 지요카츠(84)씨도 함께 했다. 후로사와 지요카츠 씨는 20년전 중학교 교사로 있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당시 일교조 회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내에서도 명성황후에 대한 자료가 가장 많고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일본에서 민비로 알려졌기 때문에 민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다녔다. 지난 5월, 12명이 한국을 다녀왔다. 물론 명성황후를 시해한 낭인들의 후손들도 함께했다. 후손들은 명성황후 묘소에서 진정으로 참회했다. 그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한국에 갔다. 하지만 의외로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 줬다. 명성황후 흔적이 있는 곳은 거의 다갔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과 가깝게 된 계기가 됐다. 이때 민비가 명성황후라는 것을 제대로 알았다. 일본에 와 그동안 조사한 관련 서류철에 제목을 민비에서 명성황후로 고쳤다" 그는 명성황후와 관련된 한국과 일본 언론 보도내용과 과거 낭인들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보여주기도 했다.

후로사와 지요카츠씨는 대표단(현북팀)과 계속 함께하면서 한일중 역사학자가 공동 집필한 ‘미래를 여는 역사’ 교과서를 각 시정촌 교육위원회 전달하기도 했다.

오후 5시20분, 대표단은 구마모토현 교원단체회관 일교조 구마모토현 본부 5층 회의실로 이동해 도착 기자회견문(성명서)를 발표했다.

송 단장은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취재 온 일본기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히면서 미리 준비해간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는 사실 자체를 크게 왜곡하고 있습니다... 22년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충청남도와 구마모토현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2세들이 바른 역사교육을 받는 것은 양국의 미래 증진을 위해 거름을 주고 비료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김화자(전교조 충남지부 수석부위원장) 부단장도 인사말을 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다. 일본에서 배용준의 한류열풍, 한국에서의 일본 애니메이션과 가요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다. 역사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기존세대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역사문제다.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보면서 36년간 식민지 체제가 진행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성피해자 할머니들도 매주 수요일 일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역사가 제대로 쓰여 지고 제대로 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새역모에서 후쇼샤 교과서 채택을 10%올리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한다. 지난 2001년처럼 현명한 역사 교재채택으로 한 국민의 감정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이날 역사 교과서 네트워크모임, 국제연합 NGO모임, 평화헌법을 지키는 모임, 구마모토현의민회, 조총련, 민단 등 회원들도 각각 발언을 했다.

특히 이날 일본부인회 구마모토현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나미 가요코(51) 씨는 기자들을 향해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기사를 써 달라”고 주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8살 된 딸을 두고 있는 주부였다. 20년 전부터 어린이, 여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국제연합 NGO활동을 했다. 구마모토현 내, 각 시정촌 의회와 교육위원회를 찾아다니면서 후쇼샤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 것을 바라는 운동을 하고 다닌다고.

이날 일본그리스도교단(일본 전체인구의 0.7%) 소속으로 5년 전부터 이곳 구마모토현 무사시 가오까 마을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미와가와 목사. 그는 일본정부가 과거 전쟁에 대해 진정 반성할 기미가 없기 때문에 역사왜곡이 생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쟁피해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미래를 지향하기 위한 여러분의 활동을 적극 환영한다. 우리 손을 맞잡고 악을 이겨내야 한다. 구마토현과 충청남도, 일본과 한국이 사랑을 키울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이날 구마모토 지역내 일간신문과 KKT(구마모토현민 텔레비전방송), TKU(텔레비전 구마모토방송) 등 지역방송들도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후쇼샤 교과서를 읽어 봤느냐.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이 무엇이냐 등의 기자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기자회견 연단 뒤에는 일본어로 '환영, 충청남도교과서방문단 여러분', ‘구마모토현 교과서방문단 환영실행위원회’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20일 오후6시10분 호텔에서 여정을 풀고 저녁 식사로 첫날 일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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