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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나의 살던 고향
기사입력: 2014/09/04 [14:1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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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수필가     © UWNEWS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 들어 고향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고향산천에 조상의 산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명절 전에 벌초를 다녀간다. 시골을 떠나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모처럼 고향 마을을 찾아오니, 면이나 읍 소재지는 간만에 활기가 넘치고 한산하기만 하던 지역 상권(商圈)에 훈기가 돈다.
 
고향이란 우리들의 가슴 속에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어릴 적 기억들이 엊그제처럼 살아나고, 생생하게 떠오르는 고향의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시사철 아름다웠던 고향산천의 모습, 어릴 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동네 골목길, 소재지 학교까지 걸어서 오갔던 포플러 나무가 길게 늘어선 가로수길, 어느 것 하나 그립지 않는 것이 있으랴.
 
그러나 막상 고향에 가보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기억 속의 고향 마을은 찾기 어렵다.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고향은 너무도 많이 변해 버렸다. 도회로 떠나버린 사람들이 버리고 간 초가집들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흉물스런 폐가로 변해 버리고, 동네 곳곳은 잡초로 우거져 통행마저 힘든 지경이다. 시골에 일손이 부족한 탓으로 농사를 짓지 못해 버려둔 농토도 적지 않다.
 
예전에는 집성촌을 이룬 마을이 많다보니, 동네에서 가장 위치가 좋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는 으레 누정(樓亭, 누각과 정자)이나 사당(祠堂)이 있었고, 산  기슭에는 문중의 선산을 돌보고 묘제를 준비하는 제실(祭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건축물은 대부분 우리나라 전통목조 양식을 띤 기와지붕 건물의 형태로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민속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원래 이 건축물들은 문중(門中)의 소유재산으로 잘 관리되어 왔으나,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인구의 도시 집중화 현상으로 집성촌이 해체되고 문중의 세력이 약화됨에 따라 관리 지체가 어려워져 버렸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건축물들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다 보니,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렸음은 물론 머지않아 무너져 내림으로써 영원히 소실될 위기에 처해있다.
 
전국 곳곳에 방치되어 소실될 위기에 처해있는 우리의 전통 건축물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이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우리의 옛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어야 할 책무와 의무가 있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 민족의 오랜 정체성을 확립하고 훌륭한 전통을 지키는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쇠락해가는 우리의 고향 마을을 복원하는 데에도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의 고향 마을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도시로 떠나버린 사람들이 다시 시골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노후생활을 전원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시골에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써 도와줄 필요가 있다.
 
우선 시골로 내려와서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안락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인근에 믿고 편히 찾을 수 있는 의료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한 면이나 읍 소재지에 은행 점포, 목욕탕, 편의점, 도서관, 영화관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전원주택 건설에 필요한 저리의 금융자금 지원 및 주택 취득에 따른 각종 세제 혜택을 마련하는 일에도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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