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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윤상림, 그는 과연 '용의 발톱'을 보았나?
기사입력: 2006/01/23 [16:5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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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혁 기자
<사건추적>희대의 로비스트 윤상림 비호권력 정체
 
 
 

거물 브로커 윤상림(54·구속) 사건이 '게이트'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권 등 현 정권을 직접 겨냥해 '윤상림 게이트'로 명명할 정도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책적으로 윤상림 사건의 자체조사에 착수한 상태. '윤상림 리스트'라며 나돌던 비호권력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정치권에 한바탕 초특급 대형 태풍을 몰고 올 태세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야4당은 지난 19일 윤상림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정권게이트'성격이 짙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인지 야권 일각에서는 윤상림의 청와대 출입 관련 의혹을 놓고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면서 권력 최고위층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윤상림 사건은 검찰 수사를 통해 수상쩍은 거래관계를 유지해 온 거물급 지도층 인사들의 이름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사건의 실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수 백억 원대 로비 의혹과 함께 '권력·조폭 연관설', '최고위층 연루설', '청와대 개입설' 등 각종 의혹만 무성할 뿐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윤상림 사건의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면서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회 '국정조사'가 부상한 이유는 윤상림 사건에 대한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손대기 힘든 현정권의 핵심이 윤상림의 비호권력으로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인허가비리사건(이하 오포비리사건)에서 윤상림의 개입 여부가 부각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오포비리사건 과정에서 윤상림이 청와대를 '자기집 드나들 듯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권영세 의원(한나라당)이 이와 관련해 윤상림에 대한 청와대 출입 기록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거부하면서 '청와대개입설'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같은 이유로 야권, 특히 한나라당은 윤상림 사건을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지난 19일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도대체 누가 얼마나 자주 무슨 이유로 윤씨를 만났기에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청와대가 두려워하는지 의혹이 더 깊어 질 뿐이다"면서 "이 정부 실세들은 줄줄이 왜 윤씨에게 돈을 꿔 줬는지 궁금한 일이다.
 
이 문제는 정권게이트로 커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고 윤상림 사건을 '게이트'로 규정지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주성영 의원을 중심으로 검찰 출신 의원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면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 의원은 "아직 조사가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하지만 윤상림 사건에 대해 검찰도 껄끄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말 못하는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배경에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도 손 못 대는 비호세력은?
 
윤상림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브로커', '국회의원 정도는 우습게 아는 사람'이라는 검찰의 표현처럼 비호세력의 존재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
 
소위 '윤상림 리스트'로 거론되고 있는 광범위한 인맥이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현재까지 드러나고 있는 정황만 봐도 대단한 거물급 인사들이 금전관계나 골프 등으로 윤상림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과거 의원 시절에 서너 차례나 윤상림과 골프를 즐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고, 전 마사회장과 기업인들, 고검장 출신 변호사, 현직 판사 2명, 경찰 수뇌부 등은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의 돈을 윤상림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윤상림 사건과 어떠한 열쇠를 쥐고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거론된 인사들 역시 윤상림과 '채권·채무 관계'라거나 '개인적으로 빌려준 돈' 등이라면서 단순한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윤상림의 말 한마디에 거액의 돈을 서슴없이 건넸다는 것 자체만 해도 의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되는 한 인사의 발언이 있다.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지난해 7월 윤상림에게 2천만원을 건넨 정황이 검찰 수사에 드러난 뒤 가진 지난 1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무심코 한 말이다.
 
최 차장은 윤상림에게 돈을 건넨 것이 '급하니까 며칠만 쓰자'고 부탁해와 8년간 통성명을 하고 지내던 사이임을 감안해 빌려주게 됐던 것이라고 해명하다가 무심결에 "안 빌려줬다가 씹힌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는 것.
 
바꿔보면 현정권 경찰 2인자인 최 차장도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씹힐 수도 있었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는 말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2인자도 돈을 건넬 수밖에 없는 윤상림의 뒷배경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검찰 수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부상하는 의혹들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는 데다가 비호세력이 권력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윤상림의 혐의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분명 '검찰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은 급기야 '윤상림이 자신의 비호권력에 커넥션을 가지고 입막음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또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상림의 성장과정과 인맥 구축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열쇠를 찾아 볼 수 있다"면서 "돈을 건넨 거물급 인사들이나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의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윤상림의 입을 통해서만 실체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뒷배경과의 입맞춤 아니겠느냐"고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면 윤상림 사건의 실체에 대해 '비호권력' 이야기까지 나올 만한 근거는 있을까. 그가 거물 브로커로 성장한 과정과 인맥 구축 과정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린내 '풀풀', 초대형 인맥 비밀
 
정치권과 검찰 주변 등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상림은 전라도 광주에서 K고등학교를 다니다 중퇴한 뒤 큰돈을 벌겠다는 포부를 안고 1970년대 서울로 상경해 세운상가에서 기름장사, 계란장사, 운전기사 등을 하면서 돈벌이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윤상림이 돈을 만지게 된 것은 장사 등으로 밑천을 마련해 세운상가 동510호에 사무실을 개설한 뒤 사기 도박으로 인근 상인들 돈을 싹쓸이하면서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윤상림은 군부대 등에서 연예인 위문공연을 벌이곤 했던 청계천 인근의 한 술집에 드나들게 됐고, 이곳에서 군 장성들과 안면을 터 두터운 친분을 쌓으면서 군납유 사업에 손을 대 큰돈을 만지게 됐다.
 
군 장성들과는 형님, 동생하면서 지냈다.
 
윤상림은 이를 발판으로 경찰에 발을 뻗쳤다. 매년 경찰의 날 행사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윤상림이 고기 파티를 주도했고, 경찰 고위층들과 자연스러운 친분 관계를 맺게 됐다.
 
인사시즌에는 경찰 중간 간부들이 윤상림을 찾아 줄을 설 정도로 경찰 고위층과 긴밀한 친분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이러는 사이 윤상림은 첫 아내와 사별하고 개인사업을 하다가 J관광호텔 여사장과 결혼해 실질적인 호텔 회장으로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입지를 넓히기에 발판을 마련한 윤상림은 검찰 등 법조계로 발을 넓혔다.
 
검찰 주변에 따르면 검찰 인사에도 윤상림의 영향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상림은 군·경 등의 인맥과 출신지역인 전라도 인맥을 발판으로 정치권 인사와 기업인들과의 끈끈한 인맥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전라도 지역 조직폭력배와도 관계를 유지하면서 권력과 조폭을 등에 업고 전라도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지역 인사들의 전언이다.
 
1996년에는 국내 조폭 3대 패밀리로 불리던 양은이파 부두목인 A 등의 구속사건에서 군납권과 수사 무마 청탁 등의 대가로 수 억 원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윤상림의 성장 과정과 인맥 형성 과정은 그가 지난해 검찰에 체포되던 당시 갖고 있던 '수첩' 속의 정·관·군·검·경·재계 등 1천여 명의 소위 '윤상림 리스트'를 통해 갖가지 의혹으로 부상했다.
 
로비 의혹과 권력·조폭 연관설, 권력 최고위층 연루설, 청와대 개입설 등이 그것이다. 화려한 인맥과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파도파도 계속해서 나오는 수 백억 원 대 로비자금을 주물럭거렸으며, 공권력 핵심에서 인사에 개입하는 대범함을 보이는 등 윤상림 사건은 비호권력을 등에 업은 초대형 스캔들임에 틀림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윤상림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조차도 두 달이 넘도록 명확한 비호세력 실체 규명이 안되고 있는 점에 난감해하고 있다.
 
분명히 구린내는 '풀풀'나는데, 구린내의 진원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맥이 그의 로비 대상이었는지, 어떠한 로비가 있었는지, 수첩 속 인맥들과 윤상림과 관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등 아직까지 아무 것도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윤상림의 광범위한 초대형 인맥에 무엇인가 비밀은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윤상림 사건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 과연 그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지 사건의 전모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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