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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허리 휘는 서민가계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稅부담 늘고 금리도 껑충
기사입력: 2005/10/14 [10:1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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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순 기자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稅부담 늘고 금리도 껑충
 
 

지난 11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에 사는 박모(46)씨는 결혼 후 소중히 써오던 TV, 라디오, 소파 등 살림살이 전부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3년 전부터 해오던 옷가게가 지난해 10월쯤 망하면서 박씨에게 남은 것은 3억여 원의 빚뿐. 집을 팔아 ‘빚잔치’를 벌였지만 그러고도 남은 게 있어 압류 당했던 살림살이를 이날 경매한 것이다.

박씨의 마지막 재산은 경매 시작 20여분만에 낯선 사람의 소유가 됐다. 박씨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며 긴 한숨 끝에 눈물을 닦아냈다.

그런가하면 올해 초 그동안 모은 돈에 은행대출을 보태 광주시 서구 쌍촌동에 집을 장만한 김모(38)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수직상승하면서 가계수지에 빨간 불이 켜진 것.
 
김씨가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액은 2억원. 금리가 0.10%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20만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지난 9월 한달 동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약 0.4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씨의 이자부담은 한달 새 연간 88만원이나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이 계속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김씨처럼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차주들의 허리 역시 휘고 있다. 비단 박씨와 김씨만의 경우는 아니다. 대다수 서민들의 삶이 그렇다.

“살기가 어떠냐”는 물음에 실제야 어떻든 “죽겠다”는 말부터 하는 게 요즘 서민들의 팍팍한 생활이다.

그야말로 벼랑끝에 선 이들에게 남은 것은 무기력한 눈물뿐이다.
 
항공료가 오르고,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세금부담이 가중되고, 콜금리가 인상되는가 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등 서민들과 밀접한 제품의 가격이 오를 예정으로 있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또 정책금리도 인상돼 가계부채가 많은 서민들의 삶이 고달파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드는 판에 삶에 반드시 필요한 ‘생활비용’들이 줄줄이 오르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수밖에 없다.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런 터에 도미노식 인상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공공요금은 서민들의 주름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1일부터 국제선 요금을 일제히 인상해 서울~LA, 샌프란시스코 노선의 경우 일등석은 현행 658만5100원에서 724만3700원으로 10% 오른다. 이 밖에 주요 노선도 일제히 10% 이상 인상된다.
 
여기에다 30달러였던 유류할증료가 52달러로 부과폭이 확대돼 요금 인상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통행료와 철도요금 등도 인상 대기 중이다.
 
도로공사는 통행료 인상요인을 감안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평균 6% 인상해줄 것을 건교부에 요청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평균 4.5% 인상했지만 수요 감소 등으로 재정압박이 심화되고 있어 평균 6%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지난 7월부터 철도요금 체계도 신고제에서 상한제로 변경돼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건교부는 조만간 철도요금 심의위원회를 열고 요금 상한선을 결정해 철도공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경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철도공사는 상한선 이내에서 요금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이 밖에 택시요금도 이르면 연말께 단일요금제가 폐지돼 할증이 자율화되고 지방 택시요금의 인상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고달픈 서민들의 삶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속화되면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호조세가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수출호조와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산업생산이나 서비스업 동향 등은 회복기조가 뚜렷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회복 분위기 속에 양극화는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9월 광주지역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8% 올라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2.9% 상승했다.

상품성질별로 보면 전달과 비교했을 때 상품은 농축수산물 3.2%, 공업제품 0.8% 상승했고 서비스는 개인서비스 0.3%, 집세 0.1% 올랐다.
 
특히 고유가 파동으로 광열·수도비가 전달에 비해 1.3%, 교통·통신비가 1.2% 대폭 올랐다.

품목별로는 시금치가 176.7%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배추 38.7%, 호박 34.2%, 수입쇠갈비 26%, 깻잎 21.7%, 파 18.3%, 배 16.4%, 명태 16.1% 등이 크게 상승한 반면 소지지 22.9%, 부침가루 17.3%, 밤 15.9%, 정수기 15.7% 등은 하락했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156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지수는 지난달보다 1.1% 올랐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무려 3.6% 상승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은행이 이에 연동, 예금 및 대출금리를 인상해 가계의 금융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산이 많은 고소득 계층은 이자소득이 늘어나겠지만 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저소득층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담뱃값도 보건복지부가 500원 추가 인상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담뱃값이 한 갑에 500원 오를 경우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0.3%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혀 담뱃값 인상은 물가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 세제개편을 통해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 세율을 72%에서 90%로, LNG 세율을 ㎏당 40원에서 60원으로 각각 인상하고 신용카드 공제와 같은 각종 비과세, 감면혜택도 줄이거나 없애기로 했다. 정부에서는 대규모 세수부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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