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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단상
연대보증폐지를 환영하면서
기사입력: 2008/04/19 [10:0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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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편집위원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제도를 6월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전근대적인 연좌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라도 살아보려고 애를 쓸 때 자금을 동원하는 수단으로 대출을 신청하는데, 평소'사람은 믿는데 돈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은행은 채무자의 친인척으로 하여금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다.

대출을 받고 얼마동안 꼬박꼬박 이자를 내면서 어렵사리 사업을 꾸려 나가다가 부득이 타산이 맞지 않아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려고 하지만 은행에서 끌어 쓴 자금은 바닥을 보이고, 원금을 갚을 일이 요원하다.

결국 대출원금을 어깨에 짊어지고 힘들게 살아가지만 미처 이자납입이 연체되거나 한 두달 밀리면 어김없이 연대보증인에게 금융권의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우편물이 발송된다.

보증을 서 준 친구나 친척들에게 평소에도 낯을 들지 못하고 큰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면서 죽어지냈는데, 금융권의 연대보증인 대위변제요청이라도 받게 되면 그야말로 쥐구멍을 찾게 된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게 모두가 여유로운 것은 아니어서 보증을 선 친구마저 어려운 형편이라면 이래저래 채무자와 보증인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고 만다.

연대보증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새로이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발목을 잡는 것이 신용불량자제도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국민의 30%, 약 600만명 정도가 신용불량자라고 한다.

그 사람들 가운데는 사치를 부리거나 낭비벽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대출로 인한 채무변제 불이행이거나 연대보증으로 인해 낙인이 찍힌 경우다.

혹자는 돈을 빌리지 말거나 자금을 잘 운용했으면 그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신용불량자를 만든 업종인 먹는장사에 몸담았던 사람은 누구인가.

10년전 IMF를 맞아 굴지의 기업이 도산하고 파산과 실직으로 거리에 내몰렸던 사람들 아닌가.

그들이 알토란같은 퇴직금을 앞세워 큰 맘 먹고 장사에 나섰지만 사회는 이미 꽁꽁 얼어붙어 소비가 전혀 살아나지 않고 저마다 지출을 최대한 줄였던 시기.

열이면 아홉은 문을 닫고 망했다는 말과, 그로 인해 누구누구가 자살을 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어온 바가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 당시부터 연대보증이 없었다면 채무 당사자만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은행권의 편리에 의해, 채권확보의 수월성 때문에 도입됐던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된다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차제에 돈의 가치를 무시하고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면서 건전하고 성실한 사회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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