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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울산의 옛 물회 맛
기사입력: 2018/12/21 [11:0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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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갓잡은 생선을 잘게 썰어 물에 말아 먹는 물회는 그 맛이 일품이다. 물회의 시작은 울산의 어부들이 개발한 음식중의 하나이다. 동해안포구(정자, 미포, 방어진, 개운포, 진하, 서생)에서 정신없이 풍어로 바쁠 때 펄떡이는 생선을 썰어서 큰 그릇에 넣고 고추장과 식초를 풀어서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며 시장기를 달랬다. 

 

물회의 시원(始原)은 지천으로 잡히던 곱상어 주낙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 이후 후리당기기의 멸치잡이로 이어진다. 곱상어는 30~40cm 크기로 껍질을 벗기고 부드러운 뼈째 썰어서 물회로 먹는다. 야채가 귀하던 시절 집 뒤란에 자라는 박하 잎사귀 몇 장 손으로 뜯어 넣고 맛있는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 물을 붓고 풀어서 바가지나 큰 양이그릇에 입을 대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셨다. 그 뒤를 이어 후리 그물에 봄에서 갓 부화한 멸치 새끼가 잡히면 그물을 당긴 품으로 한 사발식 얻어다 된장 한 숫갈 넣고 물을 부어 그대로 마셨다.

 

지금 생각해도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나질 않는다. 지금은 배고픈 시절이 지나고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라졌다면 양념이다. 지난날에는 고추장을 지금처럼 많이 넣지는 않았고, 채소도 귀해서 거의 넣지 않았다. 우선 식초가 자연 발효된 막걸리로 만든 것이어서 맛이 있었고, 된장을 많이 넣었다. 깨소금, 참기름, 설탕을 전혀 넣지 않는 순수한 자연의 맛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은 이미 문명의 달콤한 음식 맛에 길들여진 탓에 물회 맛도 새콤달콤하게 조미료를 잘 조화해 넣어야 물회를 입에 댄다.

 

아직도 울산의 동구, 울주군의 각 포구마다 고기잡이배를 가진 어부들은 그냥 시장기가 돌면 배 위에서 직접 생선을 썰어서 뚝딱 물회 한 그릇을 말아 먹는 습관이 남아 있다. 이 소문이 근래에 들어서는 전국이 한 울타리가 되어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포구마다 횟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나 물회는 포항이 원조가 된 것 같이 물회 맛을 보려고 포항으로 관광객이 밀려든다니 포항이 다른 항구도시 보다 대박을 누리며 성업 중이다.

 

사실 물회 맛은 생선의 육질이 쫄깃거리는 맛도 있지만 시원한 물회의 양념이 맛이 더욱 좋아야 한다. 이제 전 국민이 모두가 선호하게 된 물회를 맛보지 못했다면 촌놈으로 취급받을 만큼 인기와 수효가 높다. 또한 바닷가 태생인 사람들에겐 물회 맛이 깊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근래에 와서는 물회의 재료도 매우 다양해 졌다. 가자미, 우럭, 해삼, 전복, 소라 등 다양한 것들이 모두 물회의 재료로 사용된다. 재료의 맛도 맛이지만 양념 맛이 물회의 맛을 좌우할 만큼 많은 양념(조미료)에 쓰인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맛은 곱상어, 멸치(새끼) 물회의 맛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미각에도 들어맞는 것일까? 어쩌다 물회를 먹는 자리가 생기면 냉동되지 않은 생오징어를 가늘게 무채 썰듯해 물회로 말아 먹으면 쫄깃거리는 식감이 환상적이다. 여기에 가볍게 소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사실 물회의 생선은 담백하기도 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인 EFA와 DHA, 타우린 등의 기능성 성분이 들어있어서 더욱 좋다. 또한 성인병 예방은 물론 노인치매, 동맥경화, 심장혈관 관련 질병의 예방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임상실험 결과 입증된 음식이다. 그래서 요리가 간편하고 영양가가 높아 남녀노소 어린아이들 까지 쉽게 먹을 수 있는 한국적인 음식문화로 승화하였다.

 

젊은 시절 저녁회식자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과음한 뒷날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는 아프고 속쓰림을 달랠 수 있는 시원한 물회 한그릇이면 출근길도 가벼운 발길로 나갈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물회 맛을 못잊어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즐길 때도 종종 있다.

 

새벽시장에 나가면 연근해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그 가운데 적당한 주재료인 생선(광어, 오징어, 도다리, 볼락 등)을 싼 뒤 야채류인 배, 오이, 당근, 무, 등과 다진 마늘,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김 등을 썰어 큰 그릇에 넣고 잘 썰어 물을 부으면 물회로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이 때 생선을 장만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손질이 서툰 사람은 구입할 때 손질을 부탁하면 비늘과 창자를 꺼내고 가져와서 깨끗한 물로 한번 씻고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고 썰면 쉽게 요리할 수 있다. 먹기 전에 각자의 기호에 따라 조금 달게 하거나, 야채를 썰어 넣거나 입맛에 따라 조리하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지금은 포항 쪽에 물회의 관광객 유치권을 빼앗겼으나 이제 울산의 각 포구마다 즐겨 먹었던 옛 물회맛의 정서를 되살려 울산 고유의 물회를 개발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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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순복 2018/12/28 [14:57] 수정 | 삭제
  • 한석근 오라버니! 정화기도 한동안 분실했었고... 이렇게라도 소식을 듣습니다. 건강하신듯 하여 안심이 됩니다. 늘 기되로 응원합니다. 반드시 한번 더 뵙겠습니다 제주에서 동화쓰는 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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