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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천주교 인보성당(울주군 두서면 노동길 27)
소박하면서 단순한 공간배치, 좁은 부지의 활용도 뛰어나
기사입력: 2020/02/20 [14:4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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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간직, 예술감각 있는 건물 돋보여

 

 

 

[울산여성신문 문모근 기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인보성당은 작다고만 표현하기 힘든 규모의 마을이다. 한때 교회건축의 원형, 혹은 더 나아가서 종교건축의 원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인보성당은 예상보다 더 작은 시골 마을에 있었다. 산과 논밭이 어우러진 시골의 낯익은 풍경 속에 낡은 가옥들과 근래에 지어진 나지막한 건물들이 무절서한 조화를 이루는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 마을이다.

 

초행길의 앞선 걱정이 무색하게 성당은 존재감 있게 눈에 쉽게 띄었다. 마침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성당 앞마당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조성된 건물은 수십 년 전에는 울산지역에서 제법 돈좀 만지는 사람들이 살았을 법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한창 새마을운동이 추진되고 마을마다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지붕으로 개선작업을 할 때 인보리 주민들은 이미 슬라브로 건축을 하고 있었던 듯 반듯한 슬라브 건축물이 도로 양쪽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경제활동의 내용이 달라지면서 언양과 울산, 경주, 대구, 부산 등 대도시로 부의 이동이 진행될 때 인보마을은 침체기를 맞게 되고 급기야 최근에는 낮에도 사람의 움직임이 뜸한 농사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소박하면서 단순한 건물배치가 정감이 가는 인보성당은 오늘날 많은 교회가 대형화하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비해 이 성당은 규모나 위치상 그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성당의 단순한 형태와 소박하지만 긴장감 있는 내부공간은 말씀을 근거로 하는 기독교 교회의 원형을 보여준다. 도로 면과 약간 비틀어서 배치된 성당은 뾰족한 박공지붕 면을 정면으로 하고 있다. 

 

이 성당에서는 이 뾰족한 형태를 기본 이미지 혹은 아이콘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앞마당을 지나 반 층 올려진 성당에 들어서면 외부에서 보이던 뾰족지붕 형태가 제단 부분에서 역상으로 다시 보이며 외부에서 제단까지의 방향성을 완성하고 있다. 

 

교회 내부공간은 초기 기독교 시대의 교회 공간처럼 정갈하다. 제단 부분은 천창과 측창으로 밝게 처리되어 깊이감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제단으로의 집중감을 만들어준다. 

 

또한 외부의 거친 마감과 반대로 소박하지만 단순하게 처리한 내부 벽면 역시 사람들의 주의를 제단과 독경대로 향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성당이 일찍이 1850년대에 공소로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장소성을 대변해주고 있는 성당앞 작은 마당은 성당 뒷길과 성당 양측의 두 골목길로 연결되어 어디에서나 마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성당의 주 기능 중의 하나인 마을의 중심체 역할을 도와주고 있다. 성당을 작게 지으면서 마당을 이웃에 개방한 것은 오늘날과 같이 개인적인 생활에 젖어 닫혀 있는 일반적인 교회와는 차이가 있다. 

 

 

울주 천주교 순례길의 출발점이기도 한 인보성당

 

천주교 순례길은 1801년 신유박해 이후 박해를 피해 떠나온 이들을 중심으로 교우촌이 형성된 곳을 둘러보는 길로, 인보성당(2007년)에서 시작하여 하선필공소(1893년), 상선필공소(1850년), 담곡공소(1839년)에 이르는 총 8.04km에 이르는 순례길이다.

 

180여 년 전 충청도, 영천, 경주, 의성, 밀양, 양산, 부산 등지의 천주교 신자들이 피난 와서 이 일대에 교우촌을 형성하여 살았고, 경남지역에서 이른시기에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곳이다. 

 

언양에서 경주를 향해 4차선 도로를 달리다보면 그냥 스쳐 지나가기가 일쑤인 울주군 두서면 인보리의 인보성당을 한 번 찾아서 건축물의 간결함과 주변 조경의 단순함을 감상하고 너무 바쁜 첨단시대에 잊고 있었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가는 것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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