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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댁의 레시피… 신화 식물 ‘쑥’ (2)
 
UWNEWS 기사입력  2022/06/10 [16:03]

초봄에 뜯는 어린 쑥은 도다리국이나 된장국에 넣어 쑥국을 끓이기도 했고, 쑥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이 시기의 쑥은 쓴맛과 톡 쏘는 향이 나는데 봄기운에 떨어진 입맛을 확 돌게 했다.

 

늦봄에 무릎까지 올라온 쑥은 향과 맛이 좋아 특히 귀하게 여겼다. 

 

덖어서 차로 마시기도 했고, 쑥떡, 쑥개떡, 쑥털털이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특히 삼월 삼짇날에 먹는 쑥떡은 무병장수를 불러온다고 다투어 먹었다.

 

무릎까지 올라온 오월에 채취한 쑥은 약성을 최고로 쳤다. 집마다 처마 밑에 시래기 같이 엮어서 쑥대를 말렸다.

 

쑥의 강력한 방향 효과로 인해 단오에 이 쑥을 태워 부정을 물리치기도 했고, 말려서 약쑥으로 만들어서 뜸을 뜨기도 하고, 다려서 복통이나 부인병 약용으로 쓰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약품이 제대로 없던 시절, 쑥은 누구나 다 아는 천연 약재였다. 

 

낫질하다가 손을 베거나 긁혀서 상처가 나면, 응급조치로 쑥을 돌로 찧어 붙이고, 가려운 옴이 옮았을 때도 쑥물을 바르기도 했고, 코피가 터지면 쑥으로 지혈을 했다.

 

그리고 제주의 해녀들은 잠수하기 전에 반드시 길가에 널린 쑥으로 물안경을 닦았다. 그리해야 물안경에 습기가 안 찬다고 했다.

  

 

“쑥이야말로 신이 내린 영약이다.

바닷가에서 나는 쑥은 약으로써 있는 것으로 오직 경기와 서해와 황해도 해변 몇 고을에만 있을 뿐이다.

쑥이란 병을 치료하는 약초이다.

나는 해마다 어울리면 쑥을 캐서 저장해두었다가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궁한 선비로서 여러 사람을 구제해 보겠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이익/ 성호사설 만물편중에서

 

실학자 성호 이익은 ‘쑥은 조선 역사의 명맥을 유지 시킨 일등공신’이라며 쑥을 예찬하고 있다. 그리고 바다 쑥의 약성이 뛰어남을 이미 알아 실제로 약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성호가 아니더라도 거문도와 강화도, 자월도, 울릉도 등, 섬에서 나는 섬쑥은 오늘날에도 특별하게 생각했다.

 

일단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오염이 덜 된 청정지역이고, 해풍과 해무를 맞아 독성이 약하고 특유의 향기가 좋고 잎이 야무지고 톡 쏘는 맛을 지니고 있었다.

 

이 섬들에서는 쑥이 잡초가 아니라 작물로 전문적으로 키우는 쑥밭이 펼쳐져 있고 남자들도 쪼그려 앉아 쑥을 캐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쑥은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가을까지 그 번식 속도가 빨라, 사람 가슴 높이까지 무성하게 자라는데, 매우 어지럽게 아무렇게나 흐트러지게 자라 ‘쑥대밭, 쑥대머리, 쑥대강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 쑥대는 그런대로 질기고 힘이 좋아 가난한 집에서는 봉실(蓬室)이라 하여 짚 대신에 지붕재로 쓰기도 하고, 봉필(蓬蓽)이라 하여 싸리 대신에 삽짝문의 재료로 쓰기도 해서 쑥개떡과 같이 가난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이 쑥대는 곧은 쑥대를 써야 하는 데, 천방지축 철이 없는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쑥대도 삼밭에 나면 곧아진다”라는 속담도 이래서 생긴 말이다.

 

이때의 쑥대는 줄기도 억세고 향도 진해서 식용도 안 되고, 약용도 안 되지만, 민족 식물로 마지막까지 인간을 위해 희생하였다.

 

여름에 극성스러운 모기를 퇴치하는 천연 방향제 ‘모캣불’로의 변신이었다.

 

곤충들이 쑥이 타는 향을 싫어해서 대개 마당 한가운데와 마구간 앞에 쑥을 태워 해충의 침을 막아냈다.

 

'쑥'이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쑥떡’과 ‘쑥털털이’였다. 쑥떡은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건만, 쑥털털이는 단숨에 해 먹을 수 있었다.

 

‘쑥버무리, 쑥범벅’이라도 하는데, 이름 그대로 캐어 온 쑥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넣어 털털 버무려 범벅으로 골고루 섞은 후 당원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그다음 솥에 얼기설기 엮은 대살을 걸고, 그 위에 삼베 포를 깔고 한 뜸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날 때, 손으로 호호 불어가며 한 끼 밥으로 먹었다.

 

쑥털털이는 쑥을 가공하지 않은 상태라, 쑥이 통째로 씹히며 입안에 쑥 향이 확 퍼지는 소박한 맛이 특징이었다.

 

쑥떡은 ‘쑥개떡’과 ‘쑥인절미’, ‘쑥절편’이 있었다. 

 

쑥개떡은 등겨나 보릿가루 멥쌀 등을 섞어 손으로 대충 만들어 쪄 먹는 구황 음식이었다.

 

그러나 쑥인절미는 찹쌀에 쑥을 넣어 쪄서 절구로 찧어 떡판에서 쳐서 칼로 썰어 콩고물을 입혀 먹는 정성이 깃든 절기 음식이었다.

 

한편 쑥절편은 둥근 모양의 절편에 수레바퀴 문양의 떡살로 눌러 모양까지 내어, 참기름을 발라 먹는 떡이고, 그 외에 ‘쑥경단’, ‘쑥송편’ 같은 품위가 있는 음식도 있었다.

 

한마디로 쑥개떡은 대충 만든 배고픔이 깃든 거친 음식이고, 쑥인절미, 쑥절편, 숙단자는 입안에 감도는 달콤 쌉쌀하고 고소하고 쑥향이 그윽한 정성스러운 고급 음식이었다.

 

 

 

“송의 사서에 말하기를 고려는 상사일(上巳日) 삼월 삼짇날, 청애병(靑艾餠)을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삼는다.
이것은 어린 쑥잎을 따서 쌀가루에 섞어 찐 떡이다”
-이수광/ 지봉유설-

  

 

차이는 나지만 쑥만 들어가면 이것저것 다 맛이 있으니, 따지지 말고 짐작하라고 “쑥떡같이 말 알아라”라고 하는 속담도 있다.

 

쑥은 오랫동안 한민족을 사랑한 가장 오래된 신화의 풀이었기에, 해마다 이 땅에 찾아온 손님이었고, 가장 흔한 풀로 자라 이 땅의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친한 친구였다.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해도 군소리 하나 없이 아무 땅에서나 잘 크고, 최악의 조건에도 잘 뻗어 나가는 쑥은 우리가 아직도 풀지 못한 신비한 비밀의 식물임이 틀림없다.

 

중국발 코로나와 일본발 방사능이라는 위험한 시대에 살면서 자꾸 쑥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는 전설의 봉래산에 살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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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10 [16:03]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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