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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의 시조집 『입꼬리 방정식』 출간돼
생의 방향성을 감지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시조
 
UWNEWS 기사입력  2022/06/10 [15:57]

 

 

[울산여성신문 문모근 기자] 임영석 시인의 시조집 『입꼬리 방정식』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임영석 시인은 1985년 『현대시조』로 등단 이후 시집과 시조집, 시론집, 산문집 등 깊고 폭 넓은 문학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조집은 정형의 율격과 안정된 시상을 담아 우리 문학의 적통을 오롯이 잇고 있는데 다양하고 섬세한 감각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교섭하며 창출하는 시 세계를 잘 보여준다.

 

 

 

하회탈 입꼬리는 방정맞기 그지없다
그 방정식은 희로애락이 만 갈래로 얽혀 있어

살 만큼 살아온 나도 풀지 못하는 문제다

어느 것은 촐싹대고 어느 것은 능글맞고
똥구멍에 털 나도록 울다가 웃었다가
가슴에 멍든 세월을 다 감추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면 그놈이 그놈인데
고단한 삶의 말을 풀었다가 감는 것이
처녀가 애를 낳아도 말 못 하게 만든다

당연히 있어야 할 턱을 턱! 버리고도
억지로 웃게 하고 가슴을 쥐어짜니
하회탈 입꼬리 속엔 방정식이 너무 많다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징 치고 장구 치고
별신굿을 해보지만, 산 넘고 강 건너온
풍문은 어쩌지 못해 입꼬리만 더 길어진다



                         -「입꼬리 방정식」 전문

 

 

내 몸의 점들은 다 내 어머니의 글들이다
어머니가 글을 몰라 점자처럼 찍어놓고
평생을 어루만지며 읽으셨던 글이다

남들은 흉(凶)점이라 빼라고 말하지만

저승에 가 다시 만날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 점이 아니고서는 찾을 수가 없을 거다

내 나이 스물둘에 저승 가신 어머니가
이순(耳順)이 넘은 나를 단번에 찾으려면
이 점을 그대로 둬야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눈가에 찍힌 점과 등 뒤에 찍힌 네 점,
무엇을 말하려고 써놓았는지 모르지만
어머니 손끝 아니면 읽을 수 없는 글이다

                                 ―「점(點)」 전문

 

 

임영석 시인은 “시조라는 바다를 항해하다 보니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고립의 아픔도 겪었고, 어떻게든 살아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절명(絶命)의 순간을 겪으며” 나름의 길을 찾아간다고 「시인의 산문」에서 고백한다. 

 

또한 그동안의 ‘시조 항해일지’를 담담하게 들려주는데 “시조라는 바다를 항해하며 내 몸이 산산이 부서질 수 있다는 위험을 잘 알고 있다. 

 

모험을 하지 않으면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의 별빛들을 좌표로 삼으며 “부표처럼 시조집을 묶으며 점을 찍어왔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세상의 무수한 ‘점(點)’과 ‘새소리’와 ‘살구나무’와 ‘별’과 ‘달’과 ‘황태’와 ‘맹꽁이’와 ‘슬픔’은 구만리 안갯속을 헤치며 노를 저어가는 ‘방정식’의 해답일 것이다. 

 

또 임영석 시인은 ‘나의 어머니는 생전(生前), 의심에 의심을 더하면서도 알곡을 털고 난 뒤 빈껍데기를 까불러 한 줌 낟알을 얻었다. 

 

하늘아! 할아버지로 너를 맞는 마음 꿈 같고 네가 자라 나의 시를 읽을 때 내 시도 빈껍데기 속의 낟알이고 싶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한편 임영석 시인은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1985년 『현대시조』로 등단하였다. 

 

시집 『이중창문을 굳게 닫고』, 『사랑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고래 발자국』, 『받아쓰기』, 『나, 이제부터 삐딱하게 살기로 했다』가 있다. 

 

시조집 『배경』, 『초승달을 보며』, 『꽃불』, 『참맛』,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과 산문집 『나는 지금 지구별을 타고 태양을 한 바퀴 돌고 있다』 등이 있다.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상, 제38회 강원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울산여성신문 ‘임영석의 금주의 시’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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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6/10 [15:57]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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