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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사실)’와 진실(眞實)의 차이
 
UWNEWS 기사입력  2020/04/03 [16:34]
▲ 이창형 수필가·칼럼니스트 / 전 울산대 교수    ©UWNEWS

요즘 어떠한 사건이나 뉴스의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생기면 ‘팩트 체크(fact check)’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팩트(事實)를 확인해 보니 이것은 진실이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쉽사리 단정을 내린다. 과연 그러한 단정이 믿을만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인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눈으로 확인하는 ‘팩트’(사실)와 진실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는 옛말도 있다. 그러나 연기(煙氣)만 보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연기는 단지 연기일 뿐이지, 무엇 때문에 불을 때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우리 주변의 ’팩트 체크’ 사례를 한번 들여다보자.

 

어느 군청의 민원실에 민원이 하나 접수되었다. A공무원이 일과 중에 업무를 보지 않고 도박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고발성 민원이었다. 지방언론에도 보도가 되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군수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며칠 후 군수가 보도진을 모아놓고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브리핑을 했다. 결론은 ‘팩트 체크’를 해보니 뉴스 내용과 사실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증거로 제출한 것이 출퇴근 시간과 외출 시간이 적힌 근무기록부였다. 근무기록부에 외출한 사실이 없으니 가짜뉴스라는 것이었다. ‘팩트 체크’라는 수법을 이용하여 실체적 진실을 숨기는 사례이다.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근무시간 중에 틈만 나면 자리를 비우는 B직원이 있었다. 그날도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퇴근시간이 지나서야 사무실로 돌아와 퇴근준비를 하고 있었다. 과장이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담당직원 C를 찾았는데, 이미 퇴근을 한 후였다. 할 수 없이 B직원을 불러 일을 처리하게 하였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과장은 C직원을 호출하여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당신은 왜 틈만 나면 자리를 비우는 거야. A직원처럼 제대로 자리를 좀 지킬 수 없어?” 눈에 보이는 ‘팩트’만 갖고 진실이라 믿는 사례이다.

 

통계청에서 실업률을 발표했다. 전달 청년실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들이 물었다. “경기가 나빠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으니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 그랬더니 브리핑을 하던 담당자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청년실업자 수는 높아졌지만, 고령층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 아직은 경기가 나빠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고령층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경기가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단기 공공취업 일자리를 늘린 때문이었다. ‘팩트 체크’가 진실과는 엉뚱한 곳에서 이루어진 사례이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팩트 체크’가 실체적 진실과는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팩트’는 눈에 보이는 사실일 뿐, 결코 진실은 아니다. ‘팩트 체크’는 마치 사물의 그림자만 보고 그 사물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섣불리 ‘팩트’가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팩트’를 지나치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팩트 체크’의 오류(誤謬)이자 함정(陷穽)이다. 지금은 세상을 속이고 사익(私益)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난무하는 혼란(混亂)과 혼돈(混沌)의 시대다. 그만큼 사물과 사건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안목(眼目)과 예리한 통찰력(通察力)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한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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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03 [16:34]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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