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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詩] 사고(事故) - 오세영
기사입력: 2019/08/16 [18:0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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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事故) - 오세영

 

비 오는 날

커브 길을 돌던 기차가

궤도를 이탈해 나뒹굴었다.

역부(驛夫)는 달려와 사고라 했지만

아니다.

그것은 기차의 오랜 음모가 실천한

회심의 탈출,

비로소 쟁취한 자유의 체험이다.

새나 짐승이나 인간은

우천(雨天)을 피하기가 매일반인데

구내(區內)에 묶여 비를 맞아야 하는 기차의 슬픔,

그러므로 물질도 살아 있는 한

의당 자유를 누려야 하는 법이니

신이여,

인간이 만든 기차가 그러하듯

이제 당신이 만든 인간의 과오를

묵인하소서.

 

 

오세영 著 『오세영 시전집 2 』. 《랜덤하우스》에서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의 원리가 도처에 있다고 한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알아냈거나 배의 노를 저으며 운동의 법칙을 설명하는 것 등이 과학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다면 물이 흐르는 것, 해가 뜨는 것, 달이 뜨는 것, 등도 과학의 설명이 더해져야 할 일이지만 우린 그냥 지구가 해를 돈다고 말하지 않고 해가 뜬다고 말한다. 

 

오세영 시인의 시 「사고」는 바로 그러한 과학을 무시하고 인간과 신이 의식적으로 거리를 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라 해야 할 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의당 다른 동물처럼 먹고사는 생존에만 매달리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을 발전시켜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으니 사고라는 게 당연히 따라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고라고 치부하는 게 신에게는 더 합리적이겠지만 물질의 본능을 사람과 같은 위치로 보면 물질도 제 본능의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은 사람이 물리적 충격, 에너지를 가하지 않으면 변화되지 않는다. 

이 물질이 스스로 물처럼 흐르는 것을 막아내고자 그릇이 만들어지고 바람을 막고자 집을 짓게 되었고 새보다 더 빨리 날아가고자 비행기를 만들게 되었을 것이다. 

 

신은 이러한 인간의 과오를 어떻게 용납할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 묵인할 것인가. 묵인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것이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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