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하루가 지나온 삶의 시간을 뒤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중 지성찬 선생님과의 인연은 내 생의 가장 큰 인연이고 큰 행운이었다.
글을 쓰며 모든 마음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항상 배워왔다. 이번이 읽는 신작 「벽제 화장장에서」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마음이 걱정이 된다.
친구들, 이웃들, 가족들을 떠나보내는 마음에서 그 허망함을 가슴에 지니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드시겠는가 걱정이다. 친구뿐만 아니라 여동생까지 이승 인연을 접어야 했던 고통이 크시었을 것이다.
나도 지난 한식에 5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파묘하고 다시 유골을 화장하여 새로운 곳에 모셨다. 내가 살아서는 뵐 수 없을 것 같은 아버지를 유골로 나마 만났고, 그 유골을 수습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지성찬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세상 삶의 이치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막대기를 꽂아놓아도 기둥감은 됐을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그 세월이 아쉽지 않을까?
아무리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도 그 아쉬움이란 끝없이 밀려올 것이다. 바다와 하늘이 있다는 것은 그 아쉬움과 그리움을 아낌없이 버리라는 뜻일 것이다. 노래 가사 중 헤어져도 밥만 잘 먹더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산 사람은 살아서 행복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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