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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이웃사촌
 
UWNEWS 기사입력  2019/05/02 [12:45]
▲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한 아파트에서 오래 살다 보니, 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얼굴이 눈에 익어서 서로 만나면 눈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간혹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에서 이웃 사람과 마주쳤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생판 처음 보는 사람처럼 눈길을 외면당하는 순간 느끼는 당혹감과 불편함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내가 혹시 저 사람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례한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던가?’하고 자신을 질책해 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기억은 없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무색해질 뿐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이웃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고, 좋든 싫든 간에 이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간다. 매일 마주쳐야 하는 이웃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이웃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농촌사회는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상부상조하는 협동정신이 강했다. 이웃이 서로 협력하여 농사를 짓거나, 길쌈을 메던 ‘두레’는 가장 대표적인 미풍양속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두레패’을 만들어 공동으로 품앗이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두레’는 농사를 지을 때뿐만 아니라, 마을에 결혼, 환갑 등 잔치가 있거나 조부모상이나 부모상을 당하면 모든 이웃이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서로 일손을 도왔다. 요즘은 길흉사에 부조금을 주고받지만, 예전에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갖고 가거나, 일손을 보태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때는 모든 이웃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잔치를 벌였다. 그야말로 동네잔치가 벌어져 온 마을이 떠들썩하였다.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이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동네잔치는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두레’와 같은 마을공동체는 농촌사회의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여 전승케 하였다. 동네 서낭당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풍년제를 지내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가 지나면 농악놀이나 줄다리기를 하면서 노동의 힘듦을 달래곤 하였다. 그리고 마을공동체는 향약(鄕約)과 같은 공동규범을 만들어 도덕심을 앙양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였다. 서당(書堂)이나 향교(鄕校)는 경로효친(敬老孝親)과 이웃사랑 등의 덕목을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덕분에 지금처럼 엄격한 법규가 없이도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이후 산업사회가 발전하고 아파트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아름답던 공동체의 모습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미풍양속(美風良俗)은 퇴락하거나 변질되어 버렸고, 이웃사촌들과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소원해졌다. 그만큼 도시인들의 삶은 각박하고 삭막해져 버렸다. 도시라는 공간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부대끼면서 살아가지만, 지금 도시인들은 예전보다 더 외롭고 쓸쓸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 죽은 지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되었다는 뉴스에도 놀라지 않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요즈음은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지다 보니 아파트 층간소음 및 실내 흡연 문제로 이웃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러한 다툼이 폭행이나 살인사건으로 비화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이웃 간의 갈등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네 반상회(班常會)제도를 부활시켜 이웃 간에 주기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마련하여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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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02 [12:45]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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