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모근 시인/편집위원     ©UWNEWS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나가서 제대로 국위선양(?)을 하고 돌아와 국내여론의 질타와 지역 유권자들의 호된 규탄과 제명시위에 휘말려 본래의 국위선양에 실패한 사례가 나오자 너도나도 질세라 해외연수와 국내연수를 통해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치적(?)을 증명하느라 혈안이 된 적이 있다.

자신들의 돈으로 연수를 가든,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것도 사회지도자급이라는 의회 의원이 가는 길은 개인이 가더라도 개인의 신분이 아닌 공인의 신분으로 취급된다. 어떤 이유를 가지고 시가지를 활보하다가 잘 못 처신하는 일이 생기면 공인의 신분이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이다.

이번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다녀 온 비용은 분명히 국민의 세금이 투입됐다. 이것은 누가 뭐래도 예산남용이고 횡령이 될 수도 있다. 연수의 본 목적을 수행하지 않고 관광지를 돌아다니거나 필요하지 않은 유흥업소 출입을 단체로 했다는 점이 그것이고, 게다가 접대부까지 불러 달라고 지위를 이용해 가이드를 폭행하고 겁박한 사건이 그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예천군의회 사건이 발생한 얼마 뒤 국회의원 몇 명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는 뉴스를 보면서 정말 상황판단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세금이 들어간 국회예산으로 다녀왔다는 것으로, 변명하는 것도 똑같다. ‘이미 편성된 예산이고 벌써 계약이 이루어잔 내용이기 때문에 위약금을 무는 것보다 다녀오는 게 낫다는 생각’이 앞서서 부득불 다녀오게 되었다는 변명이 그것이다.

거기에 모 지방의회 의원들도 질세라 같은 이유로 연수를 다녀왔고, 경기도 모 협동조합 임직원들도 조합예산을 책정한 뒤 국내연수를 다녀왔다는 뉴스도 듣는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위주로 운영하게 돼있다. 조합은 조합원의 출자로 사업자금을 확보하고, 그 이익을 조합원을 대상으로 환원하게 되어 있다. 그게,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조합의 임직원들이 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해 놓고 필요한 시기를 정해 조합간부와 임원급 인사 십여 명이 연수를 다녀오게 되는데 그 예산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닌데다 시절이 뒤숭숭한 시점에 꼭 단체로 다녀와야 하는지, 그것을 조합원들이 따지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방자치의회 의원 연수와 국회의원 연수의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명목상으로는 외국의 발전상을 둘러보고, 좋은 사업진행 경험을 나누고 아이디어 창출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내용은 항상 목적부분에 수록되어 있는 문장이고, 소요예산도 거의 비슷하게 편성을 한다.

의원들이 단체로 다녀오는 코스도 그다지 다를 바 없으니, 예산편성이나 연수코스를 서로 주고받으며 정보교환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나누어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때 외국 지자체의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우수기업을 시찰하고 앞서있는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는 일을 꼭 단체로 가야하나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모름지기 단체로 움직이면 영웅심이 생기게 되고 호승심도 적지 않게 발동하는 게 인간의 심리다. 이왕 자주 나오지 못하는 외국에 왔으니 그 나라의 밤 문화도 알아보고 싶고, 특산품이랄 수 있는 그 곳의 술맛도 보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술이 있고 남자들만 있으니 여성이 있으면 더 좋고 특별히 술도 따라주고 같이 마실 수 있는 접대부면 금상첨화일터. 안 된다는 가이드를 때려가면서 접대부를 불러달라고 횡포를 한 번 부려보는 것이다. 다음에 또 너희 업체를 써줄 거라는 암묵적 계약의 암시와 강요가 포함된 언사를 쓰면서.

이번 예천군의회 사건을 접하면서 다음부터 해외연수는 그 일을 담당하는 의원 몇 명만 선별해서 다녀오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뀔 것을 기대하지는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