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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사랑의 열병 -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누군가를 열렬히 짝사랑 해 본 적이 있나요?’
기사입력: 2019/03/01 [12:3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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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그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 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었다. 몇 년간을 친구로 지내며 마음속으로는 이성으로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일. 그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이기도 하고,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고백을 하고 차이기 전까지는 행복하다는 얘기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꿈같은 나날을 그릴 때는 누구보다 행복했었다. 나의 귀중한 시간을 소모해 가며 그 친구가 필요한 일을 도와주고 상담도 해주고 온갖 정성을 들였다. 그러한 마음을 그 친구가 모를 리가 없을 터. 그러나 희망고문은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고백 하지도 못하고 멀리 떨어져 좋은 친구로 지낸지 몇 년이 되었을 무렵, 그 친구의 속사정을 들었다. 상상치 못했던 어쩔 수없는 개인적인 일 때문이었지만 당시 느꼈던 충격은 엄청났다. 세상을 살며 겪지 않으면 더 좋았겠지만 좋은 인생수업이라 생각하기로 하였던 나는, 그 친구를 친구로 두기로 결심했다. 몇 년간 쌓아온 우정이, 그리고 이 사람친구를 잃는 것이 더 큰 손해라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다른 나라를 오가며 좋은 친구로 지낸다. 

 

▲     © UWNEWS

 

 여기 사랑의 열병으로 괴기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그 사랑을 모티브로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가 있다. 그는 19세기 파리에서 활동하였던 엑토르 베를리오즈이다. 

 

 셰익스피어 연극에 심취하여 공연을 자주 다니던 시절, 젊은 24세 작곡가의 눈에 한 영국 여배우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과, “햄릿”의 오필리아를 연기했던 해리엇 스미드슨이다. 그녀에게 매료되었던 그는 그녀에게 광적인 러브레터를 보낸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가 무명의 작곡가를 받아줄 리가 없었다. 이때부터 베를리오즈의 병적인 짝사랑이 시작된다. 

 

 그는 몽유병 환자처럼 거리를 헤매는가 하면, 파리 교외 숲속으로 잠적해 버려 친구들이 찾으러 다니기도 하였다. 그가 혹여 자살할 것을 두려워하였던 그의 친구들; 리스트, 멘델스죤, 쇼팽; 이 그를 찾으러 숲속을 뒤졌다 한다. 게다가 무대 위에서 그녀가 상대역의 남자에게 안기기라도 하면, 그는 비명을 지르며 극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상 교향곡”(1830년)이 작곡이 되었다. 이 곡은 자전적 성격의 교향곡으로 처음의 제목은 “어느 예술가의 생활 에피소드”였다. 연극 음악처럼 각 악장에는 부제가 붙는데, 1악장: 몽상과 열정, 2악장: 무도회, 3악장: 시골에서, 4악장: 사형장으로의 행진, 5악장: 마녀의 축제 로 나뉜다. 

 

 곡의 이야기는 이렇다. 희망 없는 사랑 때문에 절망한 젊은 음악가는 아편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도가 약한 마약 때문에 그는 죽지 않고 괴상한 꿈속으로 빠져버린다. 그녀에 대한 사랑과 고통에서 평온과 희망을 찾았다가 다시 절망한 그는 그녀를 죽이고, 사형당한 그는 마녀들에 둘러싸여 지옥을 느낀다. 

 

 이야기의 끝이 궁금하지 않은가? 6여년의 구애 끝에 베를리오즈와 스미드슨은 결국 결혼하지만 얼마안가 이혼하고 말았다. 

 

[글 김윤영 음악칼럼니스트/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음악학 석사/이메일 : violinisty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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