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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추억을 벗삼아 걷는 성동길
길은 바뀌어도 옛 향기는 그대로 남아
 
문모근 기자 기사입력  2019/03/01 [12:20]

 

[울산여성신문 문모근 기자] 오랜만에 포근한 날씨를 즐기며 간편한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2월 하순의 기온은 이미 3월 중순인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고 상쾌했다. ‘시간이 좀 흘렀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드는 것은 중구 성동회환 앞을 찾아왔던 것이 꽤 오래되었는데, 엊그제 온 것처럼 낯설지 않고, 눈에 익은 회관 건물이 반갑다.

 

풍암마을로 가는 이정표도 반갑고. 인접한 도시의 발전과 더불어 개발의 손길이 닿았다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마을이다. 울산광역시 중구의 한 작은 마을로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마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전에는 다소 전형적인 촌의 모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깔끔한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은 가정집이 즐비하고 더 넓어지고 더 세련된 아스팔트 도로가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다.

 

 

걷기코스 안내판을 잠깐 보고 나서 성동회관 옆길로 들어갔다. 오! 옛길의 정취와 향기가 몸에 다가선다. 작은 시냇물 소리도 들려오고. 한창 물오른 나무들이 분홍빛 봄옷을 입은 모습도 보인다. 바람도 살랑거리며 아양을 떤다. 그러고 보면 이곳만큼 산책하거나 걷기운동 삼아 찾아오기 쉬운 곳이 드물다. 

 

조금 걷자 작은 연못 가운데 섬 같은 구조물이 눈에 띈다. 어느 사찰 앞에서 본 것과 유사하다. 호기심이 일어 다가서는데 허겁지겁 짖어대는 개소리가 다급하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짖어댐인데, 그렇다고 가지 않을 내가 아니다.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가자 개짖는 소리는 잦아들고 정려문만 장하게 서있다.

 

 

 

삼야정(三野亭) 고극명(高克明)의 정자가 뒤편에 있고, 그 앞의 연못에 작은 섬이 있는 것이다. 조선말기의 선비인 고극명의 생애에 대해 적은 설명문이 쓸쓸하다. 설명문 바로 뒤 구릉으로 올라가면 고극명의 묘지가 있다. 묘지 앞에 서있는 다섯 개의 바위가 조선시대 장수와 선비를 나타내는 것 같다. 곤궁한 형편이기에 돌을 깎아 세울 수는 없지만 바위로라도 고고한 선비의 삶을 지키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이곳저곳 살피다가 다시 작은 길로 걸음을 옮겼다. 시냇물이 작은 고랑으로 바뀌고 바위를 건너뛰며 내지르는 소리가 귀엽다. 물소리는 자고로 그래야 한다. 너무 세면 안 되고, 너무 깊어도 안 된다. 그저 옆에서 재롱을 떨거나 깔깔 거리며 가볍게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간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서로 눈을 마주보며 재롱을 떨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서로 안아주고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조용한 길을 걷다보니 이곳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형편이 되면 이주해서 살 궁리도 잠깐 해 보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걷는 길에 노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산이 타면 산불감시원 속이 탑니다’ 라는 문구 위에 ‘논 밭두렁 태우기는 병해충 방제 효과가 없습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노란색 바탕에 녹색과 붉은 색, 검은 색이 혼합된 것이다. 봄이 다가오면서 농부들은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워 곤충을 박멸하고, 타고난 재를 거름에 쓰기도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 오던 봄맞이 행사였기에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 으레 그리 해왔던 것이다. 그런 행위가 조금 더 커져서 불씨가 바람에 날라 산에 붙으면 산불이 되고, 규모가 커져서 재산을 몽땅 날리기도 한다. 그러니 피해가 무지막심하다. 사시사철 불조심은 마음에서 놓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한참을 길따라 올라가니 농소와 옥동을 연결하는 도로공사 현장이 나온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을 보면 한참 더 시간이 흘러야 될 것 같다. 가파른 길을 올라 구부러진 길을 따라 걷는데 체육공원이 나온다. 축구장과 족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주변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나뭇잎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조그만 싹을 들여다보고 있다. 봄이 주는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이다.

 

운동장 도로를 빠져 나오면서 성동마을이라는 안내판과 덕원사를 가리키는 길 안내판이 눈에 띈다. 

잘 포장된 도로의 가장자리로 내려가면서 성안동 뒷마을 ‘성동마을’은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어 현대식으로 개발이 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 반갑기는 한데 마을 주민들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골의 정경을 간직하고 유지한다면 도시의 삭막한 모습과는 달리 포근하고 띠뜻한 시골이 주는 잇점을 잘 살릴 수도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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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01 [12:20]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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