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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우수(雨水)와 경칩(驚蟄)
기사입력: 2019/03/01 [11:3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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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올해 우수(雨水)가 찾아온 날에 함박눈이 내렸다.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지만 날씨가 풀리고 기온이 오른 탓으로 금방 녹아내렸다. 우수(雨水)는 24절기 중의 두 번째 절기로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뜻이다. 우수 기간에는 통상 꽃샘추위가 찾아오지만, 우주 삼라만상에 봄기운이 돋고 초목(草木)이 싹을 틔우는 생동(生動)의 시기이다. 이제 지겨웠던 추위가 물러나고 따뜻한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수는 한 해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 일로부터 15일 후에 찾아온다. 그리고 우수가 지나고 15일 후면 경칩(驚蟄)이 찾아온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추운 겨울 동안 땅속에서 동면(冬眠)을 하던 개구리가 봄기운으로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경칩은 지구상의 만물이 약동(躍動)하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시기이다. 

 

예로부터 우수, 경칩이면 대동강(大同江) 물도 녹는다는 말이 있다. 1980년 공군장교로 잠시 백령도에서 근무할 때, 우수와 경칩 절기에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24절기의 정확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백령도 앞바다의 바닷물은 북에서 남으로 소용돌이를 치며 흐르는데, 봄이 시작되면 대동강에서 녹아내린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청전(深靑傳)에 보면 황해도 연백군에 있는 장산곶에서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들었는데, 백령도 앞바다 작은 섬 연봉(連峰)에서 환생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심청전을 지은 이가 ‘우수 경칩 때 백령도 앞바다에 얼음덩어리가 떠내려 오는 모습을 보고, 그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24절기는 황도(黃道)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로 나눈 것으로 황도 상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황도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 때 지구의 입장에서 태양의 위치가 하루에 1도씩 바뀌며 생기는 길을 말한다. 24절기는 예로부터 기온이나 계절적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는 봄을 나타내고,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는 여름을 가리킨다. 그리고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은 가을을 의미하고,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은 겨울을 가리킨다. 

 

그리고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춘분, 추분, 하지, 동지는 사계절의 변화를 의미한다. 소서, 대서, 처서, 대한은 더위와 추위를 나타내고, 우수, 곡우, 소설, 대설은 강수(降水) 현상을 의미한다. 백로, 한로, 상강은 수증기의 응결(凝結)상태를 나타내고, 경칩(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남), 청명(하늘이 차츰 맑아짐), 소만(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함), 망종(곡식의 종자를 뿌려야 할 적당한 시기)은 계절에 따라 만물이 변화함을 가리킨다. 이처럼 24절기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농사를 짓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절기마다 온 나라가 축제를 열고 절기에 맞는 세시풍속(歲時風俗)을 즐겼다. 산업화가 진전이 되면서 우리의 고유 풍습인 세시풍속이 거의 사라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상들이 즐겼던 세시풍속을 잘 보존하여 후세에 길이 물려주는 것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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