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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老人)을 천대(賤待)하는 사회
 
UWNEWS 기사입력  2019/02/13 [16:58]
▲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언제부터인가 노인을 천대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제 노인의 인권이나 노인의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은 없다. 오히려 정치인들은 노인문제를 거론하는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노인은 더 이상 표가 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여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노인인권’을 말하거나 ‘노인복지’를 주장하는 사람을 친일, 수구, 보수, 반동세력으로 치부해 버린다. 정치인들과 언론의 태도가 이러하니, 젊은 사람들도 덩달아 노인을 천대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노인들을 ‘틀딱충’이니 ‘꼰대’라고 부른다. 

 

요즘 언론은 ‘노인연령(현재 65세) 기준을 70세로 올려야 하느냐, 아니냐?’는 이슈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연일 국민들의 여론을 저울질하고, 정치권과 정부는 뒷짐을 진채 이를 지켜보고 있다. 어느 정도 노인들의 거부감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밀어붙일 기세이다.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거는 노인들의 신체적 건강이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인들을 상대로 한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덧붙여, 노인들 스스로도 70세를 적당한 노인연령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이들은 또한 지금 노인연령을 올리지 않으면 노인복지 비용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정부가 노인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65~70세 노인에게는 노인복지 혜택을 더 이상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여 근근이 생계를 꾸리고 있는 65~70세 노인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노인들 스스로 돈을 벌어 해결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 과연 노인들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있을까? 결국은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용 공공근로를 통해 나랏돈을 지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옛 말이 생각난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송(宋)나라에 저공(豬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매우 좋아했지만, 키우는 부담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 컸다. 어느 날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아침에 먹을 도토리가 적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저공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좋아하였다.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럴듯하게 정책을 포장하는 요즘 정치행태와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OECD가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2%, 특히 76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60.2%에 달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로 자식들이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며, 공적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의 경우 평균 공적연금이 노인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9% 수준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오히려 복지혜택을 줄이겠다니 말이나 되는가.

 

최근 소비자물가 폭등과 각종 세금 및 공과금의 인상으로 은퇴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치인들이나 언론은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애써 모르는 체 하는지 묵묵부답이다. 

 

지금 60~80세대는 국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더 이상 자식들이 노인을 부양할 수 없다면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이제 노인들도 스스로 나서서 ‘노인복지’나 ‘노인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다. 백세시대가 왔다고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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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3 [16:58]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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