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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봄기운을 느끼며 ‘비발디 《사계》 중 《봄》’
기사입력: 2019/02/13 [16:4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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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입춘이 지났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매화와 봄의 상징 히아신스, 수선화, 그리고 프리지아와 같은 꽃들이 조금 일찍 마중 나와 어느새 봄이 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춥고 매서운 바람을 견디고 새로운 생명을 움틔워 내는 자연의 변화가 경이롭다.  어두침침하고 구름 낀 하늘, 비가 하루가 멀다하게 내리는 유럽에서 지내던 시절, 독일에는 왜 철학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겠다며 농담 삼아 말하곤 하였다. 그렇게 우울한 겨울을 묵묵히 견디어 내던 나날 속에서 어느새 발견하게 되는 봄의 모습들, 이를테면 아기 살같이 보드라운 연둣빛 새순과, 따뜻한 봄볕에 위로를 받았었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그만큼 봄이 온다는 것이 특별했었다.  봄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언제나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봄 이라는 테마는 세기를 거슬러 수많은 작곡가들을 매료시킨 매력적인 소재였다.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등 유럽의 많은 작곡가들이 봄을 소재로 한 음악들을 작곡 하였다.

 

 

 

 오늘 소개할 음악은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 중 《봄》 이다. 안토니오 비발디 (1678-1741)는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음악가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출신의 사제이자 작곡가,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그의 아버지 또한 베네치아의 성 마르코 대성당의 유명한 바이올린 주자였는데, 비발디는 그의 아버지께 바이올린을 배웠다. 바이올린과 친숙한 덕에 그는 많은 기악곡과 특히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를 잘 살린 협주곡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의 많은 기악 작품 중 단연 뛰어나고 유명한 곡은 작품번호 8번, 《화성과 창의의 시도》 (1725) 에 수록된 《사계》 이다.  원래 이 곡은 12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부제가 붙은 네 개의 작품이 유명해 지면서 자주 연주되었다. 《사계》 중 《봄》 1악장의 소네트 (14행으로 이뤄진 정형시) 는 처음에 이렇게 시작한다. “따뜻한 봄이 왔다. 새들은 즐겁게 아침을 노래하고 시냇물은 부드럽게 속삭이며 흐른다......” 비발디 자신이 붙인 이 부제들과 소네트 들은 각 곡들의 음악적인 특성들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음악을《표제음악》이라고 한다.

 

1악장의 연주 형식을 보면 챔발로가 포함된 소규모의 현악합주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주요테마를 연주한다. 그 후에 바이올린 독주가 나오는데 독주 제1바이올린과 2바이올린이 번갈아가며 새 소리를 묘사하는 듯한 트릴을 연주한다. 독주가 끝나고 다시 현악합주가 시작되고 처음의 메인 선율이 나온다. 그러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며 빠르고 다급한 분위기가 연출 되는데, 이 부분의 소네트를 보면 “하늘은 갑자기 검은 망토로 뒤덮이고 천둥과 번개가 몰려온다”로 묘사되고 있다. 독주와 현악기들의 합주가 나오다가 다시 독주자들이 교대로 새소리를 트릴로 표현한다. 처음의 화사한 봄을 노래하는 메인선율이 현악합주로 다시 연주된다.

 

《봄》의 2악장은 느린 악장으로 예쁜 꽃밭, 한가로이 잠이 든 양치기, 개 짖는 소리 등이 묘사 되었다. 다시 빠르게 연주되는 3악장(Allegro)은 백파이프 리듬에 맞춰 봄이 다시 돌아온 것을 기뻐하는 목동과 요정들이 춤을 추는 것을 표현 하였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들으며 조금 일찍 봄을 느껴본다. 

 

[글 김윤영 음악칼럼니스트/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음악학 석사/이메일 : violinisty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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