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설 차례상은 어떻게 차리시나요?
 
UWNEWS 기사입력  2019/01/30 [17:29]

 

▲ 이영미 평화밥상안내자/채식평화연대 공동대표     ©UWNEWS

1년 중 큰 명절인 곧 다가옵니다. 설날은 새해를 맞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고, 떡국을 먹으면서 한 해 동안 건강하고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하는 날이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우리 모두가 이렇게 좋은 날인 설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즐겁게 보낼까요? 

 

 철부지 어린 시절에 설날은 세뱃돈 많이 받고, 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로 손꼽아 기다렸던 거 같습니다.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찾아갈 무렵 설날의 기억에 남는 건 자매들과 추운 겨울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름기 잔뜩 묻은 그릇들,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들을 설거지 했던 것입니다. 결혼 후 10여 년 동안 설날은 시댁에서 시어머님과 형님과 같이 고기를 양념에 절이고, 생선을 찌거나 굽고, 갖가지 튀김과 전을 만들고, 사골국에 떡국을 끓이는 등 기름진 음식 준비에, 삼시세끼 식사와 설거지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시댁 다음으로 친정에 가면 몸이 퍼져 버렸습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는 ‘명절증후군’을 심하게 앓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남성중심의 가족문화에서 생겨난 명절증후군에 점점 지쳐갈 무렵에 자연치유를 공부하면서 ‘현미채식이 답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현미식물식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 씁니다.) 현미채식은 일상의 밥상에서 건강을 선물로 줄 뿐만 아니라, 환경을 살리고, 주부의 가사노동을 줄이고, 명절증후군도 치유할 수 있는 밥상혁명입니다.

 

 현미채식은 산 들 바다에서 나는 곡식, 채소, 과일을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먹는 것입니다. 흔히 채식이라고 하면 채소만 먹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먹을 것이 정말 많고 아름답습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들만 가지고 있는 순식물성의 재료로 가공이나 요리의 과정을 적게 할수록 영양분의 손실이 적어 우리 몸에 이롭습니다. 아주 거칠거나 딱딱한 겉껍질만 빼고 거의 모두 먹기에 몸 밖에(환경적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으며, 노폐물을 빼내는 섬유질의 섭취로 몸 안에 쓰레기가 거의 쌓이지 않아 몸이 가볍습니다. 이렇게 밥상을 준비하면 고기, 생선, 달걀, 우유 등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준비할 때보다 맑고 향기로워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요리나 설거지 등 부엌일도 점점 단순해집니다. 

 

 현미채식으로 설 차례상을 차린다면 어떨까요? 현미를 물에 불려서 그냥 먹거나 현미밥으로 먹습니다. 설음식으로 특별히 떡국을 먹고 싶으면 채수에 현미떡국떡을 끓여 먹습니다. 고구마를 껍질째 생으로 먹거나 찌거나 구워 먹습니다. 설이라 좀 기름지게 먹고 싶으면 껍질째 썰은 고구마에 통밀가루반죽옷을 입혀서 전을 구워 먹습니다. 배추, 무, 시금치, 미역 등을 그냥 생으로 먹으면 좋습니다. 더 요리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생채와 샐러드와 나물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생김을 먹으면 좋습니다. 더 고소하게 먹고 싶다면 불에 살짝 구워서 양념장이랑 먹거나 기름을 발라서 구워 먹을 수도 있겠지요. 설이라 강정이 먹고 싶다면 통곡식과 현미조청으로 만든 현미오곡강정을 먹으면 되겠지요. 상큼한 과일을 먹고 싶다면 사과와 배와 단감 등을 껍질째 먹습니다. 말린 대추나 곶감도 맛있는 설음식이지요. 

 

 현미채식으로 수 십 년 동안  환자들을 치유의 길로 인도해 오신 황성수 박사님댁의 설 차례상을 보면 참 맑고 향기롭습니다. 산 들 바다에서 나는 곡식, 채소, 과일을 깨끗이 손질하여 단순하게 요리한 음식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집 안의 제일 어르신이 깨우치니 아랫사람들이 평화롭겠지요.

 저는 현미채식을 시작하면서 일체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도 만지지도 않습니다. 그리하여 명절증후군도 서서히 자연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동물성 음식을 만지지도 않고, 다른 이들이 먹은 동물성음식이  담긴 그릇들도 만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설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잡식을 하는 가족들이 불편해 했지만 이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나니 예전보다 편안합니다. 언젠가는 다른 가족들도 순식물성의 차례상으로 같이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물의 희생이 없는 생명평화, 여성들의 희생이 없는 가족평화가 깃들인 설 차례상은 주는 이도 받는 이도 행복합니다. 채식은 생명을 해치지 않으니 복을 짓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복을 많이 지을수록 복을 많이 받겠지요.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채식으로 복 많이 짓고, 복 많이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19/01/30 [17:29]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