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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행복했던 날들
기사입력: 2018/12/21 [10:4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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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울산 여성신문에 쓰는 마지막 칼럼이 되는 날이다. 서른세 살에 석유회사 과장자리에 사직을 하고 자그마한 기업을 시작해서 40년이 살짝 넘었다. 공대를 졸업하고 울산 생활을 시작한지 50년……. 울산은 나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눈발이 조금씩 사나워지던 그해 1월3일. 운동장에서 신년 시무식이 열리던 날 애국가를 부르고 사장님의 신년사가 이어지고 ‘열중 쉬어’ 자세로 신입사원 소개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 흘깃 눈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나는 결심했다. 이곳에서 많은 동료를 사귀고 그리고 산업기술을 연마하여 ‘나의 길’을 가야 하겠다고.

 

그동안 회사 일을 병행하면서 나름대로 이런 저런 사회활동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이고, 이 나이까지 오면서 건강이 늘 뒷받침 해준 것도 감사한 일이었고, 수많은 지인들과 동료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세상 모든 일에는 끝이 있듯이 운영하던 회사도 바로 곁에 위치하던 대기업으로 넘기고, 이로써 나의 기업 활동도 올해 12월로 끝을 맺게 된다. 긴 세월 동안 장생포 가는 길을 매일 아침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 막을 내릴 날이 멀지 않게 되어 만감이 교차한다. 인생은 “一場春夢” 이란 옛말을 실감 하면서.

 

내가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두려운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짊어져야 하는 무게들도 가벼울 줄 알았는데, 막상 늙어가는 삶을 살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많은 것들을 버릴 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모든 것들과 작은 이별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누구나 부자 되고 출세하길 원하고 명예롭길 원하고 행복하길 원하지만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이려니와, 하늘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절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그리하여 수많은 낮과 밤을 노력하며 목표를 향하여 뛰는 사람들을 우리는 존경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가운데서 부자 되는 일이나 명예를 얻는 일 보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돕는 일이 가장 가치 있게 여겨진다. 그렇지 않으면 졸부가 되거나 속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타는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일은 누구나 게을리 하지 않지만,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감정을 채우는 일에는 모두가 소홀하다. 올바른 정신 연료가 충분해야 우리 삶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도와주신 사업파트너 석유화학 회사와 나의 직원들과, 마지막까지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여성신문과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올리면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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