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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현대 문명의 큰 선물
기사입력: 2018/12/13 [11:2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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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누가 말 했던가? “현대 문명의 큰 선물은 장수” 라고.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그가 쓴 저서 ‘리바이어던’의 한 구절 “인생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추악하고 야만스럽고 짧다.” 고 이미 17세기에 쓴 글이다.

정말 인생은 그럴까? 어쩌면 홉스가 쓴 글이 진실인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다른 나라의 노인들은 잘 몰라도 한국사회의 노인들은 불행하고 불쌍한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나이 들면 경제력 상실, 만성질환, 고독한 일상 등 숱하게 많은 것들이 일상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불행하고 불상한 현실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노인회관이나 복지관을 들여다보면 65세 부터 100세에 이르기 까지 떼거리로 모여서 잡담과 잡기로 시간을 보낸다. 옳은 노인 교육과정도 있으나 대게 무료해서 찾아오는 노인들이 태반이다. 여기에도 경제적 여권이 수월한 노인은 부담감이 없으나 그렇지 못한 노인은 구박(?)받기도 하니 어울리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성격이 활달하지 못하거나 내성적 외골수 성향의 노인은 찾아가기를 꺼려한다. 자연히 홀로 시간을 보내는 독거노인이 된다. 몸이 건강하다면 더 오래도록 일하고 싶어도 건강이 따르지 못해 마땅한 일자리 찾기도 어렵다.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선뜻 대답할 사람도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 살아온 과거는 불행했고, 다가올 미래 또한 지금 보다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불안감이 생겨난다. 대게 고희(70)에 들어서면 심리적으로 고령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옛 시절 고려장제도를 상기하면서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더욱 초조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뮐러 박사는 80세 때 아랍어를 공부해 과거 번성했던 페르샤 의학서를 독파하여 83세에 현대 의학 지침서를 정리 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근세에 와서는 71세에 이스라엘 총리가 된 골다 메이어는 “70세가 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고 했다. 이미 5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의 기대수명은 그때보다 10년 이상 늘어났다. 이즈음 들어 노년층은 건강과 의욕, 가치관에서는 노인이기를 부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70세 이상이 2.618만 명(20.7%)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노인의 취업률은 10년 전보다 3.3% 상승한 23.0%(약 807만 명)로 주요 7개구(G7) 중 가장 높은 처지이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에서 의료비 지출은 비노인가구에 비해 70%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노인 가구 증가와 함께 소비 지출도 증가세를 보인다. 일본정부의 대응은 ‘앞당기기와 늦추기’를 조정한다. 146년 만에 민법을 고쳐서 성년기준을 20세에서 18세로 앞당기고 고용가능 연령을 65세에서 70세까지로 늦추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에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어쩌면 모든 분야에서 10~20년 앞서가는 일본을 본보기로 삼는 한국으로선 우연찮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고, 고령화는 더욱 빨라서 2017년 사망자 수는 역대 가장 많았다.

 

“장수가 축복일 수만은 없다”는 말은 누구나 100세를 살려면 기존 제도, 관습, 인식을 모두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생명의 윤리도 재정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의문을 남기면서 장수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 투더의 행복론은 “일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그는 중년 이후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버몬트주의 농가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을 지속하여 93세까지 살았다. 아마도 그는 행복은 지속되거나 쉽게 저축되지 않는 이유를 간파했을 지도 모른다.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고 할지라도 적정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증폭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에는 이를 ‘행복의 평균값’ 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행복이 ‘크기’가 아닌 ‘빈도’라는 명제가 붙는다. 이에 대한 연구는 72년에 걸친 하버드 대학교 인생관찰보고서란 부제가 붙은 ‘행복의 비밀’ 이란 책에서 명쾌한 해답을 들을 수 있다. ‘그랜트 연구’로 알려진 이 보고서는 1937년에 시작 되어 72년 동안 입학생들의 인생을 추적했다.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저자는 ‘방어기제’를 꼽았다. 같은 일을 가지고도 사람마다 그 반응이 다른 건 방어기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어떤 사람은 같은 일에 웃어넘기고 어떤 이는 분노 하고 또 다른 이는 다른 사람을 탓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외면하는 것이다. 연구서에 의하면 유머나 인내심 같은 방어기제는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했다. 반면 자기회피나 건강 염려증 같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자신에게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간관계형성을 방해하고,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는 데 돈을 쓰고 불행한 사람은 ‘물질’ 을 사는데 폰을 쓴다고 한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남이 “축복이며 행운” 이라 말하고 싶다. 기왕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며 “현대 문명의 큰 선물인 장수”를 잘 갈무리하고 아껴쓰며 행복한 순간을 바로 ‘지금’ 이라 명심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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