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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취미패션
60년 역사, 울산패션을 리드했던 ‘취미패션’
기사입력: 2018/12/13 [11:07]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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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으로 디자인, 재단, 재봉, 단추까지, 올 원스톱

옷 한 벌도 핸드메이드 작품으로, 20일 이상 소요...고집으로 명품유지

수제양장 옛 명성 잊히지 않기를...고객들 바램

▲     © UWNEWS

 

[울산여성신문 원덕순 편집국장] 울산 패션에는 아직도 명품을 고집하는 패션디자이너, 장인이 있다. 박병민 선생(81세). ‘취미양장’으로 시작해 60년 동안 울산을 지키며 울산패션을 리드해온 ‘취미패션’의 명성은 울산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상호라고 말한다. 어떻게 60년을 한 길로 올수 있는지 궁금했다. 기성복이 대세인 요즈음에도 맞춤을 고집하는 단골고객들은 취미패션의 옷을 입어야만 한다.

 

▲ 박병민 대표     © UWNEWS

 

“배운 도둑질이라고, 18세때 학교졸업하고 나니 당시 취직자리도 없던 시절이라, 마땅한 기술도 없던 차에 우연히 중국에서 양장을 배워온 선생님에게 사사를 한 셈이지. 1950년 당시 기술을 익혔는데, 내가 그림에는 소질이 좀 있어 디자인과 재단 등 참 재미있더라고...”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인생에서 행복한 일이고 그것이 생업이 된다면 더욱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서울 명동과 부산 광복동에서 ‘뉴스타일’이란 상호로 성업을 했다. 잘 알려진 앙드레 김과 함께 일했으니 그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1968년 우연히 울산에 왔다가 성남동(현 중앙동)에 정착을 하고 취미양장점은 울산 상류층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의 옷에 대한 생각은 옷철학이라 불릴만큼 확실하다. 

81세 현재도 옷 한 벌을 짓는데 혼자의 힘으로 디자인부터 재단, 재봉, 마지막 마무리까지 20여일을 걸려 끝마친다. 너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 성격이 그렇습니다. 요즘 같은 세월에 고임금 사람을 쓸 수도 없고 돈 안 되고 힘드니까 제대로 수작업을 배우려고 하지 않지. 옷이 만들어져 고객을 빛나게 할 생각으로 혼자서 다 하긴 하지만...이제 힘에 부치기도 하고 눈도 침침하고...”

노익장은 이미 장인의 경지를 넘어선 듯 보였다. 한 분야 60년이면 뭔가 명예를 위한 욕심을 가질 만도 한데 그는 겸손하다. 

▲ 영원한 동반자 서영원씨와 박병민 대표     © UWNEWS



“내가 좋아서 한 일이고 생업인데...무슨 더 욕심이 있겠나? 그래도 뒤를 이을 후배가 나의 아까운 기술을 이어받았으면 했는데, 이제 명예롭게 이 일을 잘 마무리하고 편해졌으면 좋겠는데...”

 

그의 표정이 아쉬운 듯, 담담한 듯 욕심이 없어 보인다. 그만의 공간인 작업실로 가보았다. 예전 맞춤에서 기성복으로 넘어갈 무렵부터, 기성복 리더격인 브랜드 ‘논노’에 납품시 400평 규모에 3백여 명의 재단사를 데리고 일할 때, 하루 3, 4백장의 주문량에 맞추느라 너무 힘들어 건강이 나빠졌다고 회고한다. 

 

“그나마 같은 일을 하는 집사람이 보조를 해주니까 하지 그렇잖으면 어려워. 영원한 동반자여~” 흥얼거리시며 우스개 말씀도 하신다. “참 담백한 분이세요. 흥도 대단하시고...왕년에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분이시기도 하지만 지금도 낮에는 작업하시고 밤에는 공부하세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데는 제가 두 손 두 발 다 듭니다” 부인 서영원(75세)씨가 말하는 남편에 대한 평이다.  

 

▲ 1960년대 취미양장 개업식 장면     © UWNEWS

 

한 작품 당 수 십장의 재단지를 그리고 또 그리고 만족될 때까지 그리는 그를 보고 주위에서는 대충하시라고 하면 대답은 항상 “이 옷을 입고 행복할 사람을 생각하면 최고의 작품이 되어야 한다. 나는 울산 최고의 옷을 만든다는 나만의 자부심으로 이 일을 한다”고 고집하신다고 한다. 그의 옷을 입는 고객들이 평생 고객인 것이 바로 이러한 혼을 불어넣듯 옷을 만드는 그의 정신까지 입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눈이 나빠져 더 못 하겠다고 하는 말씀에 고객 한 분은 외국에서 눈 영양제를 사오셨다고 했다. 이 모든 취미패션의 옷은 옷이라기 보다 옷 만드는 장인정신과 입는 이의 정신적 교감까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며 이러한 장인정신을 널리 알리고 은퇴를 준비하는 그의 마무리를 빛나게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어쨌거나 ‘울산시 중구 성남동 90번지5’ 패션거리 사거리 그 자리는... ‘취미패션’이 지키고 있었음을, 울산패션의 중심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역사의 한 장소였다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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