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트라이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100편 이상 출연한 30년차 배우 지대한, 독립영화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다
울산여성신문이 만나는 영화인
 
이민정 대경대 교수/PD 기사입력  2018/12/13 [10:55]
▲ 좌 지대한, 우 이윤수(씨네울산 대표) (사진=이민정)     © UWNEWS

 

[울산여성신문 이민정 편집부국장(대경대 교수/PD)] 2019년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로, 1969년생인 배우 지대한이 만 50세로 반백세가 되는 해이며, 그가 연기를 한 지 만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는 1988년 KBS1 드라마 <지리산>에 출연한 이후 82편의 영화와 8편의 방송, 그리고 12편의 공연 등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어느 영화학자는 그의 연기와 작품을 분석하는 논문을 집필하고 있고, 어느 작가는 그의 영화 인생과 작품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11월의 마지막 날, 울산의 영화제작사 씨네울산의 이윤수 대표가 다음 작품을 위해 제작진들과 함께 헌팅차 부산을 방문한 배우 지대한을 만났다.

 

배우 지대한

대표작 <속닥속닥>(2018), <악녀>(2017), <1급 기밀>(2016), <날, 보러 와요>(2015),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연애의 기술>(2013), <비정한 도시>(2012), <마이더스>(2011), <비밀애>(2010), <해운대>(2009), <유감스러운 도시>(2008), <무방비 도시>(2007), <해바라기>(2006), <연애>(2005), <내 남자의 로맨스>(2004), <올드 보이>(2003), <챔피언>(2002), <파이란>(2001), <반칙왕>(2000), <주유소 습격사건>(1999), <쉬리>(1998), <꼬리 치는 남자>(1995)

주연작 <참외 향기>(2017), <황천>(2015),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2014), <농어와 달>(2009)

기획작 <대관람차>(2018)

 

 “전 충무로에서 강한 이미지의 깡패부터 헐렁한 느낌의 동네 아저씨까지, 다양한 이미지 연출이 가능한 배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오랜 세월이 저에게 여러 가지 모습을 만들어준 거죠. 어느 감독은 저에게‘천의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이윤수(씨네울산 대표)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부터 라고 들었습니다.

□지대한 부산해사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졸업하면 배를 탑니다. 학교 특성상 분위기가 거친 편이라 정서활동을 위해 개설된 연극반에 들어갔는데, 청소년연극제에서 1등을 한 겁니다.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의 말씀들이 제 인생에 방향지시등이 된 거죠. 동네에선 제법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서울에 가보니 잘생긴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웃음) 탤런트 시험을 보고,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주저앉고 싶었던 어느 날 언제든 기차를 탈 수 있게 서울역에서 3일 동안 노숙을 하며 고민했습니다. 고향에서 큰소리 쳤던 것이 부끄러워서 어떻게든 배우가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 가진 게 없었어요. 그래서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서 무작정 주위 형님들께 일을 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구두닦이도 하고, 암표 장사도 하고……. 형들이 배우학원에 등록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학원에서도 청소를 하면서 악착같이 버티다 보니 보조출연부터 조금씩 기회가 왔습니다.

 

□이윤수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지대한 눈칫밥을 먹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핵이랑 늑막염에 걸렸어요. 단역으로 연기하던 중에 기절하기도 했죠. 그래서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에는 약이 잘 나온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특전사에 지원을 했는데, 공수부대에서 액션수업을 받은 셈이 됐습니다.

 

□이윤수 기회를 놓친 작품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아쉽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지대한 정말 많죠. 특히 <미지왕>(1996, 김용태)은 아직도 속이 쓰라립니다. (웃음) 당시 저는 MBC의 <경찰청 사람들>에서 재연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는데, 재연배우는 영화계 진입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제작사 대표님께서 기회를 주셨는데, 최종 면접 전날 섬에 들어가서 촬영을 하다가 태풍 때문에 발이 묶여서 너무 늦게 오디션장에 도착을 한 겁니다. 휑한 오디션장에서 그냥 주저앉아 펑펑 울었죠. 정말 서럽게 울었어요…….

 

□이윤수 재밌는 일도 많았겠지만 배우로서의 삶을 지속하는 것에 위협적인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대한 <꼬리 치는 남자>(1995, 허동우)에 출연할 때였습니다. 감독이 연기를 못한다고 지적을 하면서 조감독에게 돈도 주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모욕감을 넘어서 자괴감까지 느꼈어요. 새우깡이랑 소주한 병을 사 들고 촬영장 근처 바닷가에 혼자 앉아서 파도소리를 덮고 꾸역꾸역 설움을 삼켰습니다.

 

 

▲ 스태프들과 함께(왼쪽부터 작가 윤광희, 프로듀서 최윤석, 배우 지대한, 제작자 강완경, 투자자 최영진) (사진=정예지)     © UWNEWS

 

“30년 동안 조·단역으로 연기를 해왔는데요,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던 거죠. 그런데, 100편이 넘어가다 보니 주연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겁니다. 상업영화 주연을 할 수 있는 몽타주가 아니라는 것을 제가 잘 알죠. (웃음) 하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연을 해보고 싶었고, 내가 판을 짜보자 하고 시작한 것이 독립영화였습니다. 제가 기획을 하고, 투자자를 구하고, 그리고 주연을 해낸 겁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이미지와 제가 어울리지 않으면 과감하게 조연으로 물러섰습니다.”

 

□이윤수 지 배우님 출연 작품은 웬만큼 다 봤는데, <올드 보이> 때부터 뭔가 느낌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지대한 연출의 힘, 선배의 힘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배우가 스스로 만든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그리고 한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올드 보이>(2003, 박찬욱)가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던 작품이죠. 특히 극중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장면에서 최민식 선배는 저의 과장된 연기로 NG가 나니까 제 자존심이 다치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정확하게 연기를 지도해 줬습니다. 덕분에 바로 OK가 났고, 모든 스태프가 만족하는 장면이 됐어요.

 

□이윤수 직접 기획하고 주연을 맡은 독립영화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대한 <대관람차>는 일본에서 1억원을 투자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음악 영화예요. 오사카를 오가며 찍었는데 국내 순수관객 수는 4000명이고 영화제에서 환호를 받았습니다. <접전>은 후배들의 투자로 제가 직접 제작했는데, 사회문제로 대두된 갑과 을의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배우 박노식이 회장 역이고, 제가 운전기사를 맡았어요. 내년에 개봉 예정입니다. 지금 촬영준비를 하고 있는 작품은 <불독>인데, 제 어린 시절은 저랑 똑같이 생긴, 잘생긴 우리 아들이 맡습니다. (웃음) 제목의 ‘불독’은 극중 제 별명인데, 제가 불독처럼 생겨서……. 

 

 



“배우 생활을 오래했던 덕분에 만들어진 인맥으로 제작비가 조금밖에 없어도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라인업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가졌던 이야기들을 독립영화로 풀어낼 수 있는 지금의 작업들이 저는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도 독립영화 제작은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윤수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4회 지대한의 밤” 행사가 생경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지대한 팔도에 있는 친구들이 보내준 음식을 먹으면서 조촐한 행사를 해온 지 4년이 됐습니다. 영화제에 온 영화인들과 술 한 잔씩 함께 하던 것이 여기까지 왔어요. 가수들도 참여하고, 친구들도, 영화인들도 함께 하는 일종의 행사가 된 거예요. 10년쯤 뒤면 제가 만든 영화들도 제법 되겠죠. 그때는 해운대 앞바다에 배 한 척 띄우고, 음식도 좌악 늘어놓고, 조명도 멋지게 해놓고, 해상에서 영화상영을 하는 그런 “지대한의 밤”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지하고 위엄 있는 그런 선배는 되고 싶지 않아요. 조금 만만하고, 응석 부려도 되고, 답답할 땐 대들기도 할 수 있는, 오랜 동네 형 같은, 괴짜 같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힘들고 험난한 배우의 길을 저렇게 즐겁고 유쾌하게 걸어온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진행: 이윤수(씨네울산 대표)/사진: 이민정(대경대학교 교수, 영화감독), 정예지(수습기자)/기록: 정예지/장소협찬: 부산 해운대‘개릴라’

트위터 페이스북 공감
기사입력: 2018/12/13 [10:55]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