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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고 서있는 전동성당과 경기전의 불편한 역사
경기전의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운 유적들...전주사고, 하마비... 어진으로 만나본 조선의 창업, 태조왕과 이씨조선...
기사입력: 2018/11/23 [11:0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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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순 편집국장

 

[울산여성신문 원덕순 편집국장] 전주지역 성지순례를 끝내고 다시 전주 한옥마을로 돌아와 경기전 관람을 시작했다. 한옥마을은 경기전을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있다. 

 

경기전은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어진)을 모시고 있는 전각이다. 보물 1578호 이며 태조의 영정을 모신 전각을 어용전이라 하며 이름은 각기 달라 전주에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종전으로 불렀다. 

 

경기전은 1991년 사적 339호로 지정되었다 2012년 1578호 보물로 지정되고 어진은 보물931호로 지정되었다. 경기전에 있는 어진은 너무 오래돼 1872년에 모사한 것이라 한다. 

 

이 경기전은 전주사람들의 자긍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하겠다. 전주가 이씨조선의 발상지이며 이곳에는 어진을 봉안하고 있는 정전과 태조의 22대 조이며 전주 이씨의 시조인 신라 사공공(도성을 쌓고 고치는 일을 하는 높은 관직) 이한 부부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가 있다. 조경묘의 앞에는 홍살문이 서있어 조선을 창업한 자손의 시조 공을 높이 기리고 있었다. 특히 임진왜란 때 이 경기전을 제외한 4곳의 어용전이 모두 불타버렸고 정유재란 때 경기전마저 소실되었으나 광해군 때 복원했다.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입은 관광객들로 경기전은 더욱 고색이 창연하고 햇살도 한껏 눈부시다. 정전으로 들어서는 길 양편 대나무숲 사이로 기분좋은 바람이 댓닢을 간질이는 듯 슬몃 불어와 드넓은 마당의 백일홍을 희롱하는 듯 하다. 경기전내의 건물, 담장, 쪽마루, 문살, 댓돌 디딤돌 하나까지도 조선 왕실의 고풍과 품격을 갖추고 있다.  

 

 

▲ 하마비     © UWNEWS

 

경기전 경내는 경덕헌, 조경묘, 동재, 서재, 용실 등 아름다운 건물을 품에 안은 것처럼  아우르고 있다. 경기전 입구에는 하마비가 서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곳을 지나칠 때는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춰야하고, 잡인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하마비 앞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며 명절을 즐기고 있다. 

 

역사는 흐르고 역사적 사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퇴색되고 바래져간다. 당시는 나라를 뒤엎을 사건이라 해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상전벽해를 절감케 한다. 

 

경기전이 조선왕조의 시작을 기념하는 곳이라면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있는 전동성당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조선왕실의 참혹한 탄압을 견디고 뿌리를 내린 한국카톨릭이 그 박해의 중심부에 교회를 세우고, 정전과 마주 보고 서있음을 인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태조 이성계 어진     © UWNEWS

 

경기전이 1410년 조선왕실의 초대 왕의 어진이 모셔진 곳으로 건축되었고, 그 뒤 전동성당은 박해를 피해 산골에 숨어살던 천주교인들이 신앙의 자유를 얻어 전주부 城벽에 붙여 성당을 지었으나 그 또한 1908년 통감부가 全州府城을 헐어버리자 경기전과 전동성당은 마주 보고 서있게 된 것이니...아이러니한 역사이다. 

 

역사는 이렇게 흘러가는 것! 어쨌거나 전주사고에 보관된 실록과 조선왕실의 역사, 선조들의 준엄한 발자취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사고는 국정과 나라에서 일어나는 매일의 사건을 기록한 사초를 보관하는 곳인데 서울의 춘추관, 충주, 성주 사고는 임진왜란때 모두 소실되고 오직 전주사고만이 화를 면했다. 전주사고에는 실록 784권, 514책, 47궤, 기타 전적이 64종 556책 15궤가 봉안되어 있다. 역사적인 곳, 전주사고에서 오래도록 기록과 역사적 사실을 새겨보며 이 ‘전주사고’마저 소실되었더라면...? 아찔했다. 

 

 

▲ 전주사고     © UWNEWS

 

▲     © UWNEWS

 

경기전 관람까지 끝내자 시장기가 몰려왔다. 한옥마을 길은 가족들과 연인들, 친구들이 삼삼오오 사진 찍고 즐기는 인파들로 길이 좁을 지경이었다. 군것질을 해보려고 작정하고 가게 앞마다 긴 줄을 서 있는 곳에서 호떡, 모주 군고구마를 맛보며 어슬렁거리다 커피숍에 들어가 한갓지게 다리펴고 앉아 옛날 노래 “구경 한번 힘드네“를 흥얼거리며 명절을 즐겼다. 그러나 호사도 잠시, 내일이 연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다음 행선지를 생각하며 길을 재촉한다. 출발, 영광 법성포를 향해서...(☞다음호에 계속)

 

▲     © UW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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