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획/특집
기행
울산의 걷기좋은길 10選 (10.무동문수산길-15km구간)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문수산길을 개척하다.
기사입력: 2018/11/22 [17:13]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지상협 탐방단장

 

[울산여성신문 지상협 탐방단장] 울산걷기좋은길 10선 탐방행사를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이 벌써 마지막 일정이 되었다. 이번 코스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길이 아니라 운동을 다니다 어쩌면 문수산까지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으로 찾아내어 개척한 길이다. 오랜 시간 여기서 살던 터줏대감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 길이고 이 능선을 따라 스님들이나 다니던 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의 소로로 이루어진 길이다. 

 

나는 계절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십 수번을 오르고 항공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내려 애를 썼다. 그동안 어두워지는 시간을 가늠하지 못해 두려움에 지치기도 했고 눈이 내린 겨울에는 동물 발자국 외에는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이 없어 길을 여러 번 잃어 버려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길도 없는 산을 헤매다 보니 온 몸이 찢어지고 긁혔으며 나뭇가지에 할퀴어진 자국들이 마치 훈장처럼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찾아낸 길이라 더욱 애정이 남다른 길이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따라 올라서면 긴 능선이 이어진다. 봄에는 진달래가 가득하고 여름이면 푸름이 울창한 소나무 산림이 우리를 기다린다. 가을이면 해국과 구절초가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숲은 도토리가 지천에 널려있어 앙증맞은 다람쥐를 수시로 구경하며 노닐 수도 있다. 단풍이 우거지는 가을의 계절에 탐방단이 함께하고 보니 더욱 아름다운 길을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갈 수 없는 소로는 저절로 탐방단을 한 줄로 꼬리 물기를 하게 만든다. 줄줄이 늘어서서 걷는 동안 가을의 정취를 공감하면서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킨다. 우거진 소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솔내음의 향기에 취해서 연신 기쁨의 감탄사를 쏟아낸다. 

 

이맘 때 즈음은 제법 유명세를 타는 산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단풍보다는 사람 구경에 떠밀려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 코스는 누군가에게 알려지지 않은 길이라는 장점 덕분에 고즈넉하고 여유로우며 한가롭다. 천천히 가니 더 자세히 볼 수 있음을 실감하며 여유를 부린다. 탐방단들은 오솔길 따라 자신만의 색채를 뽐내고 있는 이름 모를 풀들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남기기 여념 없다. 어찌 저리 작은 꽃도 지나치지 않고 눈에 담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편협한 시각을 가지지 않는 까닭이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녔기에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이리라!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몇 개의 작은 산을 지나왔다. 태풍의 영향으로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아서 불편을 주는 반면, 쓰러진 모습에도 자연의 풍치를 담아내는 나무가 있다. 우리 인간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쓰러지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쓰러진다면 잠시 쉬어갈 줄 알고, 더 편안히 누워 보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그 쉼표와 편안함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 다시 길을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지혜로운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몇 개의 고개를 오르다 보니 지친 기색이 영력한 단원들이 생긴다. 깔딱 고개를 넘어야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허들이 생기고 장애가 우리를 가로막아 높은 문턱을 마주하고 보면 기가 막힐 때가 있다. 깔딱 고개를 마주하고 오르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지 싶다. 그 시간은 잊고 싶은 시련과 고통의 기억들로 점철되지만 그시간 뒤는 많은 것들을 옅어지게 만들고 문제는 지혜로 해결 해왔다. 우리는 ‘함께 걷는다’는 동질의 정신으로 맞닥뜨린 이 고통의 시간을 해결함으로써 행복한 기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면서 문수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희열감은 고통을 넘어서서 오른 자들에게만 내어주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이 순간에, 이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면 결코 볼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위대한 선물일 것이다. 간식을 먹은 후 걷기체조로 뻣뻣해진 몸을 풀고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하산 길 내내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게 사진을 많이도 남긴다. 종착지에서 목 축이는 막걸리 한 잔은 우리가 누리고 나누는 또 다른 행복이다.

 

이렇게 울산걷기좋은길 10선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먼저 참가해 준 많은 탐방단원들에게 감사드린다. 몇 달의 긴 여정을 혼자라면 결코 완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없던 길을 찾아 해매고, 지자체에서 잘 가꾸어 놓은 길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코스를 만들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서기도 하면서 울산의 숨은 비경의 길을 열심히 다녔다. 

 

돌이켜 보면 좀 더 신경 써서 잘 할 것을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많다. 그렇지만 그 길에서 아름다운 풍광과 인연을 맺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어 행복했다. 사람살이가 별다른 것이 있으랴! 사람 내음 나는 곳에 자신이 ‘함께’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가 다닌 이 길이 울산을 알리는데 작게나마 일조하기를 바라고 외지에서 오는 나그네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길 희망한다. 그 길에서 만나는 인연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그 인연 덕분에 인생 살 맛이 조금 더 생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모두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