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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문제 기획시리즈.3
젊을 때 번 돈은 자녀들에게 쏟아 부었고 모은 돈은 부동산에 묶여있어 나올 돈은 연금인데 큰 도움 안돼 정부, 복지 대신 노인 일자리만 치중
기사입력: 2018/11/06 [11:4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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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여성신문 문모근 기자] 지방 소도시에 사는 박모(68)씨는 공장에서 일주일에 3~4번 날품을 판다. 자재를 나르고, 공사 후 주변 청소를 하는 허드렛일이다. 하루 일당은 3만~4만원 정도다. 공단에서 직장에 다닐 때는 10여명 작업팀의 책임자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7년 전 퇴직해 보니 할 수 있는 게 이런 일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이라고 나오는 돈 30만원 정도로는 공과금 내기도 벅차, 다시 취업 전선으로 나왔다. 박씨는 "부조금 낼 처지가 안 되니 평소에도 친구 전화는 일부러 안 받는다"고 푸념했다.

 

한국의 노인들은 박씨처럼 65세가 넘어도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후 준비가 안 된 채 노년을 맞았고, 사회안전망도 빈약해 일해서 벌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일하는 노인 비중 OECD 평균치의 2배

 

2017년 6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이 30.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조사 대상 35개국 중 둘째로 높은 것으로, 전체 평균(13.1%)의 2배 수준을 웃돈다. 고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34.2%)인데, 이 나라는 법정 퇴직 연령이 65세라서 한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노인인력개발원 지은정 연구위원은 "아이슬란드의 경우 연금을 67세부터 받을 수 있어 일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슬란드의 노인 빈곤율은 3%밖에 안 돼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한국의 노년 고용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노년 고용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로 빈곤을 든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상대 빈곤율(가구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 48.5%다. OECD가 통계를 모으고 있는 33개국 중 압도적인 1위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도입시기가 늦었고, 교육비 등으로 자녀에게 쏟아부어버린 돈이 많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자산 대부분이 매월 소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부동산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준비 없는 퇴직으로 고단한 노년이 이어지는 경향은 앞으로도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0세 이상 중장년 9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직 후 인생 설계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5%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중 72%는 퇴직 후 다시 일자리를 찾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했고, 사원급으로 재취업하거나 어떤 직급으로든 직장을 얻고 싶다는 대답이 51%였다.

 

그러나 중장년의 바람처럼 재취업하긴 쉽지 않다. 지난 8월 한 지방 도시의 초등학교에서 야간 경비를 서던 70대 노인이 심장마비로 숨진 채 아침에 발견됐다. 평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근무하고 월 90만원 정도 받는다. 청년이나 중장년이 기피해 대개 65세 이상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다. 인근 사회단체의 한 노인복지사는 "이 사고가 알려지고 난 뒤에, 그나마 65세 이상 노인을 찾는 학교나 관공서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65세 이상 근로자의 35%는 단순노무직, 14%가 서비스·판매업에서 일하고 있다. 나머지 중 33%는 평생 하던 농림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재취업 일자리의 대부분은 좋은 일자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 정부가 만든 일자리의 77%가 노인 몫

 

우리나라 노인의 고용률이 높은 것은 정부의 정책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정부는 노인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쏟아부어 노인들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참가한 36만150명 중 77%(27만6304명)가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는 65세 이상 참가자의 비율이 60%였는데 올해 들어 1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같은 기간 16%에서 10%로 떨어졌다. 정부 일자리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 일자리 운영' 사업의 경우 참가자의 97%(26만1907명)가 65세 이상이다. 월 36시간 정도 일하고 20만원씩 받으면서 사회봉사를 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경찰청의 아동안전지킴이 사업은 93%(6182명)가, 환경부의 하천하구쓰레기정화사업 참가자의 37%(236명)가 65세 이상이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들기 위한 예산 2조9000억원 중 1조6200억원이 60세 이상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에 들어간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만큼 복지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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