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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서왕한래(暑往寒來)
기사입력: 2018/11/06 [11:4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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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아침 저녁으로 바람살이 삽상(颯爽)하게 느껴진다. 가을의 문턱이다. 지난 여름이 지독하게 더웠던 탓인지 가을 날씨 답지 않게 한낮은 아직 더위가 느껴지는 여름의 잔해가 도사리고 있다.

 

 누군가 말했듯 봄이 청춘이라면 여름 주하(朱夏)의 더위 가을은 소추(素秋)라 하여 서늘하고, 겨울은 춥다고 해서 현동(玄冬)이라 했다. 방위로 치면 동서남북의 순리이다. 이것은 푸르고, 붉고, 희고, 검은 색이 제각기 4계절 특징을 의미 한다고 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쉼없이 돌아서 반복되는 계절은 속절없이 흐르고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하지만 지난 날 뚜렸하던 4계절의 변화가 사라진 한반도의 기후는 봄이라 느낄만하면 여름이 닥치고 기나 긴 여름은 백로가 훨신 지났어도 아직 한낮은 무덥다.

 

 이제 11월이다. 들녘 곡식은 황금색을 띄지만 아직 한낮은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여름철 모기떼가 기승을 부려도 입추, 백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도 옛말이다. 밤이되면 아직 모기들이 밤잠을 설치게 하니 이 더위가 언제쯤 끝날까 종잡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통계적으로 석달(6~8)이 여름이라 했으나 올해는 5월 중순부터 더위가 시작되어 10월 말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 더위는 5개월동안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가을을 느끼기라도 할량이면 곧 겨울이 닥치리란 조바심이 앞선다. 그러고보면 서왕한래의 날씨변화에도 쉽게 쉽게 더위가 물러서지 않으니 난감하다.

 

 지난 시절에는 10월이면 가을이 절정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여름날 기온이 그래도 유지되고있다. 많은 사람들이 잠못드는 열대야를 겪었기에 10월이면 여름이 물러가고 홀가분하게 상쾌한 가을을 맞으리라 예상했으나 무더위가 계속되니 실감스러움이 컸다. 이와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만이 겪는 현상은 아니다. 전세계가 기상이변으로 재난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기상청의 자료분석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중부지방(서울 기준)의 여름일수는 평균 131일이었다고 했다. 또한 하루평균 기온이 20도를 넘은 후 부터 다시 20도를 밑돌때까지를 여름으로 본다고 했다. 이 기준에 따라 최근에는 5월 21일 여름이 시작되어 9월 20일에나 가을로 넘어갔으나 실상은 10월 말에 들어 가을이 찾아올 만큼 올 여름의 일수는 길었다. 이러고 보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을 느끼는가 싶으면 곧 겨울 문턱에 들어선다.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도시는 열성효과 때문에 최저기온까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을 일수가 채 한 달도 안될 것 같다. 또한 가을과 겨울이 짧아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반면에 여름 일수가 120일이 넘으면 아열대 150일이 넘어서 열대기후로 간주한다. 이러고 보면 도시는 잠못드는 열대야를 겪게 되고 아열대를 넘어선 열대성 기후가 될 조짐이 높아진다.

 

 한여름의 기후가 40도에 올라도 그 지역에 따라 인간이 겪는 열대현상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1970년대 건설현장인 보르네오 섬, 열대지방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 때 무더위를 느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낮에는 직사광선이 비치는 야외에는 40도를 웃도는 폭염인데, 그늘에만 들면 전혀 더위를 느끼지 못할만큼 바람이 선들거린다. 불쾌지수가 전혀없는 탓이었다. 그늘에 들면 오히려 상쾌했으니 적도지방과 한반도 지역의 체감차이가 현저하게 다르게 느껴진다. 불쾌지수가 없으니 열대야도 느끼지 못한다. 해가지면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상쾌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 중국 산해에 갔을때고 7월의 기온은 영상 20도 내외였으나 습도가 아주 심해 매우 지내기가 불편했다. 9월 하순에 들어서서도 한낮의 기온이 전국적으로 26~28도를 오르내리더니 추석 한가위를 지나면서 조금씩 기온이 낮아졌다. 9월이 저무는 29일에는 진종일 비가내리면서 서늘한 기분이 들만큼 밤의 온도가 낮아졌다.

 

 이제 가을 다운 가을을 맞아야 한다. 한해를 마감하는 농사도 끝맺을 곡식들을 거둬들여 잘 갈무리 해야 할 때이다. 가을은 그래서 수성(收成)의 계절이며, 사색의 계절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추수감사절을 성대히 치루고, 우리나라는 옛 삼국시대(고구려)때 부터 영고제를 성대히 지내왔다. 또한 가을은 수렴(收斂)의 의미도 있으며, 성찰(省察)과 회고(回顧)를 재촉하는 시기이기도 핟.

 

 추수의 바쁜 절기이었으나 이런 것들이 가을에 되새겨보는 깊은 의미가 있기도 하다. 이제 서서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이다. 서왕한래(暑往寒來),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다가서는 10월을 맞이해 우리 모두 건강에 유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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