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의도
그리움
기사입력: 2018/09/06 [17:54]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UWNEWS
▲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마산이 고향인 이은상 시인의 ‘가고파’ 노래이다. 나는 여섯 살까지 살았던 포항의 대흥동 바닷가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엄마 등에 업혀 큰 형 집으로 가던 네 살 때의 철로 길도 생각난다. 엄마 등이 아프다고 내려서 걸어갔던 철로 길이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포항으로 접어드는 형산강 굽이를 들어설 무렵부터 가슴이 뛴다. 저 멀리 포항제철의 우람한 덩치가 나타날 즈음에 이제 포항 다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6.25전쟁 때는 형산강에 미군의 시체들이 떠내려가면서 흘러내린 피가 피바다의 강물이었다고 전해 들었지만, 전쟁이 끝나고 한참 지난 후 그 강물에서 여름이면 형님들과 메기를 잡던 추억이 60년도 넘은 지금에도 그리워진다. 그리움의 뿌리는 태어난 고향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그 이후 초등학교 다니던 대구의 변방 반야월 옛동리에 어릴 때 살던 집을 찾아가, 담위로 머리를 내밀고 기웃거렸더니 집주인이 나타나 뭘 살피느냐? 고 객쩍은 무안을 당하기도 했다. 댓돌위에 흩어진 낯모를 신발들이 나를 슬프게 했다. 마당도 작게 보였고 시멘트 담벼락도 낮고 초라했다. 

 

고향........... 부모님 떠나신 지도 40년. 쉰둥이로 태어난 막내인 나는 고향이라는 단어에 늘 슬프다. 그곳에는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나고 아무도 없으니까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곳은 고향도 아닌 것 같다. 장가가고 애 낳고 기업경영도 하고 멀쩡하게 보이는데도 고향이라는 노랫말을 들으면 효도할 기회조차 사라진 세월 앞에, 눈물 나는 영원한 막내로 남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은 그리움이라 했다. 고향이 그립고 어릴 때 친구가 그립고, 나이를 먹으니 젊은 날들이 한없이 그립고, 올 여름처럼 뜨거웠던 계절에는 겨울이 그리웠고 사랑도 우정도 모두 그립기만 하다. 젊은 날에는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많았고,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사람도 많았지만, 이제 세월 지나 생각나는 지난 일들과 사람이 모두 그립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그 세월이, 꼽아 보니 아득한 세월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고, 그리움도 소중함도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잃기 전까지는 그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애석한 일이다. 누군가 행복하다고 해서 모든 것들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꿈꾸는 것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 보고, 만나 보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인생은 오직 한 번이고, 기회도 오직 한번뿐이라서 그리움을 속으로만 싹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 서로 헤어 져야 하고 떠나가야 하니까. 나이가 들면 이별에 익숙해진다고 말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 누구도 이별에 익숙해 질 수 없다. 다만 내색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고 살 뿐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