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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위안부기림의 날 소녀상 앞에서
기사입력: 2018/08/23 [16:0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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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시인

노랑나비 한 마리 동상에서 날아올랐다.

은행나무 잎이 연두로 빛난 오전 10시

전쟁 같은 폭염경보 아래 상기된 얼굴로 모인 사람들

바람이 되어, 햇살이 되어, 구름이 되어 모여 있다.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여성들에게 하늘은 없었고

별도 꽁꽁 숨었고, 달은 흐느끼고 있었다.

 

꽃이던 10대, 부용이던 20대에 끌려가

꿈을 잃고 희망을 잃고 청춘도 빼앗겨

보아도 보이지 않았고 들어도 들리지 않았고

만져도 느끼지 못하던 시대.

 

눈을 감으면 화면 가득 고향이 나타나

빨래하던 맑은 개천, 고삿길 능수버들 다 보이고

고향의 흙냄새, 바람 냄새, 두엄냄새 그마저 향기롭다.

아! 그리워라. 내 고향 우리 땅. 사람들이 보고파

숨죽여 흐느끼던 날. 그런 날이 있었다.

 

노수복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

수 천 수 만 명이 끌려가 이제 남은 사람은 37명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도 그 이름은 잊지 못할 할머니

그림으로 남겨도 부족하고 시로 남겨도 부족하여

썩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동상으로 기려도

사랑하는 마음 드리지 못했다.

기억하지 못했다. 무관심했었다.

우리는 외면했고 부끄러워했고 모른척했다.

 

담뱃불 붙여 자궁에 넣었다는 일본군이 있었고

무작정 군화발로 차고 손으로 때린 일본군이 있었다.

아, 꽃들이 시들고 바람도 불지 않고 하늘이 놀라 눈물 흘릴 때

이제 광복절 그 전날 8월14일에 아픔을 기린다.

슬퍼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어 살을 풀고

염원을 담아 춤을 올리고 몸짓을 드린다.

 

무심한 듯 고요하고 조용한 눈매 들어 응시하는 소녀상 앞에

태극기 들어 나라를 생각하고 굵은 붓 들어 상처 보듬어

한 발 한 두듬 生을 담았고 情을 남긴다.

 

맑은 차 한 잔 두 손으로 올리고

지난한 세월, 남기는 이야기와 한.

잊지 않으리라 기억하고 남기리라

절대 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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