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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의 ‘클래식 음악’ 산책
죽음에 대한 사색 - 말러, 교향곡 9번 (Mahler, Symphony No. 9 in D major)
기사입력: 2018/07/26 [15:2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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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영/음악칼럼니스트     ©UWNEWS

친한 지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직 죽음이 익숙지 않은 나에겐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 왔다. 장수시대로 들어선 요즘으로 볼 때 살아도 한참 더 사실 수 있는 나이였기에 더 안타까웠다. 지인의 부고를 접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추상적이기만 한 이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두려움과 슬픔 일 뿐, 손에 잡히는 무엇은 없었다. 죽음은 나에게 아직은 낯선 주제였던 것이다. 차라리 삶이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살아온 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의 슬픔을 생각해 보았다. 이 상황이 언젠가 나에게도 나의 가족에게도 닥친다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친구를 위해 그리고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며 울었다. 

 

 죽음이란 주제는 나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다. 며칠간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몸이 아팠다. 죽음과 가장 연관이 있는 작곡가는 누구였을까? 말러를 떠올렸다. 초기작부터 마지막 교향곡 까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았던 그. 그의 걸작 교향곡 9번 4악장을 들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음악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 자료사진     © UWNEWS

 

 

 말러는 11명의 형제를 두었는데 그들 중 일부는 질병과 자살로 일찍 생을 마감하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유태인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인종차별을 견디어야 했다. 게다가 그의 첫째 딸도 전염병으로 사망 하였으며, 그도 타고난 심장병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항상 지니고 살았다. 음악적으로는 완벽주의이자 천재였지만 불우했던 환경 탓에 회의, 빈정댐, 정신적 긴장과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죽음을 암시하는 듯 한 곡으로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교향곡 1, 5, 6, 9번” 등이 있다.

 

 음악계에서는 9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면 죽는다는 미신이 존재 했었다. 위대한 작곡가들, 예를 들면 베토벤, 부르크너, 슈베르트 그리고 드보르작 까지 9번 교향곡을 완성한 후 죽었기 때문이다. 1909년 경, 9번 교향곡 작곡당시 말러는 심각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2년 전에는 그의 큰딸이 죽어 그는 크게 상심했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그는 9번 교향곡에 번호를 붙이는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다른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그의 초고 악보에는 그가 자필로 적은 문구가 존재 하는데, 1악장에는 “오! 젊음이여! 사라졌구나! 오 사랑이여! 가버렸구나!” 와 “안녕! 안녕!” 이란 글귀가 적혀있다. 9번 교향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에는 죽음이 연상되는 주제가 나온다. 1악장에는 죽음에 대한 체념, 그렇지만 죽음에 대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겠다는 주제가 나오며, 2악장에는 저승사자의 소리, 3악장은 삶을 조롱하는 듯하고 4악장은 아주 천천히 연주되면서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체념과 수용, 그리고 마지막엔 현악기만 ‘죽어가듯이 (ersterbend)’ 연주하며 아주 여리게 피아니시시모로 끝난다. 말러는 이 곡의 초연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좋은 친구였던 브루노 발터가 이 곡을 초연하였다. 그는 곡이 끝나고도 지휘봉을 놓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제껏 죽음을 얘기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만 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까닭은 더 잘살기 위해서였다. 죽음을 생각하며 역설적이게도 삶을 생각했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잘 살아보고 싶어졌다.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졌다. 이 더위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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