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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리에게 어떤 이웃인가? (5.28)
 
UWNEWS 기사입력  2018/07/13 [15:20]
▲ 이경우 본지 논설위원    ©UWNEWS

  미중 힘겨루기가 한반도 평화통일 희망의 끈을 조였다 풀었다 조율하고 있다. 이 즈음 한반도와 늘 관련을 맺어왔으며, 근·현대 아관파천의 역사를 가진 러시아의 입장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90년대 소련은 슈퍼-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부동산, 보석, 예술품들이 일반 가정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고, 달러만 주면 사들일 수 있었다. 1990년 11월 19일 키예프에서 옐친은 이렇게 일갈했다. ‘러시아는 새로운 제국의 중심이 되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 만큼 다른 누구보다도 그러한 역할이 지니는 유해성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는 이것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인가? 러시아인이 더 자유로워 졌는가? 더 부유해졌는가? 더 행복해졌는가?’ 

 

  역사는 우리에게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민족은 행복할 수 없다’는 명제를 언제나 가르쳐준다. 1991년 12월 소비에트연방은 2주 간의 회의 끝에 독립국가연합(CIS)을 출범시키고 끝내 와해되고 만다. 5천 2백만 인구를 지닌 우크라이나에서부터 3백 5십만 인구에 불과한 아르메니아까지 모두 12개 나라로 분리하기로 합의한다. 범-대륙적 제국의 주인이었던 소련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고 러시아가 후계자로 탄생했다. 

 

  세계 최대의 영토를 지닌 소련이란 국가의 해체는 모든 것을 일시에 빨아들이고 뒤섞어 버리는 그 강렬함이 역사의 블랙홀 같았다. 소련의 붕괴는 단기적으로는 징기스칸의 영토에 버금가는 지역을 포괄하던 중국·소련의 공산권 블록이 허물어져가는 역사적 과정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사회주의 제국을 건설했지만 결국 행복하지 않았고 끝내 소멸되고 만다.

 

  소련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와도 늘 밀접했다. 1945년 2월 4일 우크라이나의 소도시 얄타의 리비디아 궁에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처칠수상, 소련의 스탈린 서기장이 대면한다. 전범국가의 점령지역에 대한 처리문제를 논의하던 중 한반도 분단을 결정한다. 소련의 태평양 전쟁 참전의 대가로 카이로 회담이나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결정된 적절한 시기를 거쳐 독립시키기로 결정한 하나의 한반도는 이 얄타 회담을 통해 두 개의 한반도의 그 미래가 확정되고 만다. 

 

  소련은 2차 대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인명피해만 7백만 명에서 1천5백만 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그렇게 발표했다. 하지만, 전후 회복 속도가 빨라 1950년대부터 미국과 가까운 약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경제 공세를 퍼부을 만큼 경제적 성장은 신속했다. 신생 중화인만공화국은 소련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힘이 되어 주었기에 산업화가 크게 진전되는 후광을 입었다. 소련은 중동지역에 파운드 블록에 대항해 루블화 외교를 적극 펼칠 만큼 경제도 안정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옆구리를 치고 들어왔다. 미국의 핵무기 개발이다. 1945년 세계 최초로 원자탄을 개발한 미국의 핵무기를 넘어설 수 없었던 소련은 내외적으로 커다란 위기의식을 가진다. 위대한 사회주의 제국 건설을 꿈꾸던 소련 지도자들은 미국에 한 수 뒤진다는 압박감에 침식(寢食)을 잊을 정도로 초조감을 느꼈다. 결국 그 지도자들의 초초감은 과도한 국방비 및 우주개발에 대한 편향적 재정지출을 유발해 소련 경제를 스스로 침몰시켜 갔다.

 

  역사가 증언한대로 결국 소련은 경제난으로 붕괴된다. 옐친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고 푸틴 대통령이 등극한다. 그는 옛 제정러시아의 황제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쥐었지만, 러시아의 경제적 회복이란 확실한 성과를 과시했다. 푸틴이 집권 한 2000년부터 러시아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1998년 국가 부도 사태로 시계제로였던 부도국가 러시아를 경제대국으로 전환시켰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동등한 파트너 지위 확보, 독립국가연합에 속한 신생독립국가들이 러시아 부흥의 날개 밑으로 정치적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꾸고 싶어 한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러시아 신동방정책 구상 중 핵심국가에 속한다. 러시아는 한반도 외교의 기본원칙을 남북 등거리외교로 설정해 두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러시아가 소극적인 남북 등거리 외교에서 벗어나 한반도 정전과 평화체제 전환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적극적인 이웃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웃의 번영이 결국 자신의 행복과 번영을 북돋아 준다는 역사의 이치를 깊이 깨닫는 지혜로운 이웃이 되어,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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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3 [15:20]  최종편집: ⓒ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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