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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산림녹화(山林綠化)
기사입력: 2018/06/11 [15:4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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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꿈에도 그리던 북한 땅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금강산관광이 허용되었던 1998년 이듬해 봄이었다. 강원도 동해항에서 관광선 <금강호>를 타고 북한 장전항에 도착하였다.  삼엄한 경비 속에 출입국 절차를 밟은 후, 허용된 구역에서 식사를 하고 선박 안에서 잤다. 관광 첫날은 만상정-귀면암-삼선암-칠층암-절부암-하늘문-천선대-망양대로 이어지는 금강산 만물상 코스를 돌아보았다. 오묘한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만물상의 장엄하고 위대한 풍광은 소문에 듣던 대로 장관이었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탓인지 금강산은 제대로 보존이 되어 있었다. 흠이라면 바위에 붉은 글씨로 새겨진 요란한 정치구호들이 눈에 거슬렸다. 

 

  이튿날 아침 온정각에서 식사를 한 후 해금강 삼일포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 현대관광버스를 타고 길을 나섰다. 장전항에서 삼일포까지는 휑한 들판과 띄엄띄엄 눈에 보이는 마을들을 지나갔는데, 금강산에서 보았던 북한의 인상과는 너무나 달라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무라고는 한그루도 볼 수 없는 헐벗은 민둥산, 거의 스러져가는 회백색의 민가, 자동차는커녕 자전거도 한 대 다니지 않는 비포장도로, 남루한 옷차림에 집단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주민들, 마치 1960년대 초반 남한의 남루한 모습을 보고 있는 듯 묘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그나마 관동 8경의 하나로 불리며 신라 때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 네 선인이 이곳에 유람을 왔다가 호수 경치에 취해 사흘 동안 놀았다는 전설이 담긴 삼일포의 아름다운 정취가 잠시 시름을 잊게 해주었다. 

 

  두 번째로 북한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2009년 중국 만주 땅을 거쳐 백두산 천지(天池)에 올라 말할 수 없는 감격을 맛본 후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인 도문(圖們)으로 가서 두만강 건너편 북한 땅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강폭이 불과 15~20미터에 불과하니 헐벗은 민둥산과 낡은 집들의 모습이 마치 폐허처럼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북한의 산들이 저렇게 헐벗은 것은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다 보니 산의 나무를 마구 잘라서 땔감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 등을 통하여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나 워낙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두운 촛불이나 기름등잔 밑에서 이이들이 공부를 하고, 주부들은 부엌일이나 바느질을 하는 실정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국의 산들이 온통 나무로 우거져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푸른 산을 자랑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정부가 앞장서서 산림녹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덕분이다. 1961년에 산림법을 제정한 이후 1963년에 사방공사를 시작했으며, 1965년에 화전민이주사업을 시작해 40만 명의 화전민을 산에서 철수시켰다. 1967년에는 산림청이 발족되었고, 1973년에는 1차 산림녹화 10개년계획을 수립해 실행했다. 1977년에는 육림의 날을 제정했으며, 1979년에 제2차 산림녹화 10개년계획을 수립해 성공하였다. 그 결과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림이 이제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부러운 산림으로 태어났다.

 

  산에 나무가 우거지면 가뭄을 극복할 수 있고, 홍수가 나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수목들이 흡수하고 산소를 뿜어주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요즈음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를 방치한다면 미래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산림녹화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산림녹화는 10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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