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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독일 통일의 교훈
기사입력: 2018/06/05 [14:4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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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독일의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연합군에 패배하면서 미국·영국·프랑스·소련 등 전승 4개국이 공동으로 독일을 통치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4개국 공동 통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미·영·프 서방국가들이 점령하였던 지역은 1948년에 자유시장주의 단일경제체제를 갖추고, 1949년에 ‘독일연방공화국’으로 탄생하였다. 한편 소련이 점령한 동독지역은 농업집단화를 추진하고 사상통제를 강화하는 등 소련식 공산주의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공산체제에 반발하는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탈출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1953년에는 폭동사태까지 일어남에 따라 동독은 1961년에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였다. 

 

  독일 공산당은 소련 점령기에 이미 중앙집권적 행정기구를 구축하여 농지개혁을 단행하는 한편, 민간소유의 산업기반을 박탈했다. 동독 공산정권은 1949년 10월 인민의회에서 '독일민주공화국' 헌법이 발효됨으로써 공식 수립되었으며, 공산당을 중심으로 개편된 '사회주의통일당'의 정치국이 최고 권력기관이 되었다. 이후 서독이 ‘마셜 플랜’의 혜택을 받은 것과는 달리, 계획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 동독 경제는 국가수립 이후 소련과 폴란드 정부에 전쟁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큰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서독은 분단 이후 미국이 주도한 ‘마샬플랜’의 지원에 힘입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었고, 생산량이 유럽 공동체 전체 생산량의 27%를 차지하게 되었다. 대외무역도 미국·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자유시장경제가 크게 발전하였다. 반면에 동독 정부는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로 구성되는 경제상호원조회의(COMECON)에 가입함으로써 중앙통제적 계획경제에 종속되었으며,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1990년 독일은 동·서독으로 분단된 지 41년 만에 극적인 통일을 이룩하였다. 독일통일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동유럽을 지배했던 ‘소비에트 공산체제의 붕괴’와 ‘동독의 사회주의 경제 실패’가 주요 원인이었다. 1985년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제창하여 ‘스탈린주의’ 노선을 청산하고 '위로부터의 개혁'에 착수하여 스스로 공산주의 체제를 폐기하였다. 당시 동독 정부는 이러한 변혁을 거부하고 '동독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려고 하였으나, 결국 시대적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독일통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동독의 사회주의 경제 실패였다. 동독의 경제는 다른 공산주의 국가보다는 나은 편이었으나, 서독 국민이 누리는 생활 수준이나 구매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동독 정부는 노동의 효율성 제고, 노동생산의 가속화, 에너지와 자원의 절약 등을 추진했으나, 이내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기술적 낙후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다가 1989년 5월 헝가리가 오스트리아 쪽 국경선을 개방하자 엄청난 출국사태가 빚어졌으며, 동독인들은 부다페스트의 서독대사관과 동베를린의 서독 연락사무소에 몰려와 서독으로 망명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1989년 동독의 각 도시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결국 동독 주민들 스스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이어서 공산당의 지배가 종식되고, 1990년에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23조에 의거 동독이 독일연방공화국에 흡수 통합되는 기본절차를 거쳐 그해 10월 3일에 역사적인 통일이 이루어졌다. 독일통일 이후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였고,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세율 인상 등으로  1993년에는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한 경제침체(-1.2%)를 겪는 등 통일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졌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뒤돌아볼 때, 어느 한 체제의 붕괴 없이는 결코 통일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통일은 환상이 아니라 엄청난 대가와 희생이 따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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