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오피니언
한석근
울산 문화의 거리의 쉼터가 된 차담(茶啖)
기사입력: 2018/05/15 [10:08]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석근
▲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 UWNEWS

 예전에 비해 이즈음 들어 사는 재미가 좀 팍팍하다. 나이 듦에 별스럽게 마음 붙일데가 적어서 일까? 고희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허망함이 자꾸만 마음의 심연을 어지럽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혼자서 글을 쓰거나 TV를 보는 것보다는 마음 통하는 사람과 어울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입안에 차향이 은근한 차로써는 어떤 것이 좋을까 생각하다 보이차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이차는 오래전 중국 용정에 갔을 때 차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재배지를 방문하여 다점에서 상품으로 내놓은 한덩이를 산것을 오래도록 끓여 먹었다. 녹차보다 산뜻한 맛은 아니어도 텁텁하면서도 으근한 향이 오래도록 입안에 맴돌았다.

 

 얼마전 부터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 옥교동에 전통찻집이 하나 생겨났는데, 그 이름이 차담(茶啖)이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집이다. 아직 주인은 불혹에 이른 자운(紫雲)이란 당호를 쓰는 사람이다. 차담 안은 들어가는 문 부터 목재로 꾸며서 찻집 분위기가 돋보이게 꾸몄다. 무뚝뚝하기보다는 티나지 않게 상냥한 편인데, 차맛을 돋구는 말 한마디씩을 가끔씩 건낸다. 나는 이 집 차담에 들리게되면 보이차를 즐겨마신다. 차 벗은 인문학을 공유하며 말 벗이되는 장선생과 함께 한다. 장선생은 나 보다는 연하이긴 해도 전통차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특히 보이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다.

 

 사실 보이차는 특별한 맛이 있는 차는 아니다. 차마다 조금씩 약간의 차이는 느끼게 하지만 차에 대하여 초보일때는 이맛이나 저맛이나 차이를 느낄수없다. 하지만 이러한 별특징이 없는 보이차인데,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도 급격히 차인구가 늘어나면서 매우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보이차는 쓴 맛, 떫은 맛이 느껴지는 차이므로 당년에 만들어진 차는 마시기가 좋지 않다. 적어도 보이차를 닳여 마시려면 한 5년 가량은 지나야 한다. 제대로 보이차 맛을 느끼고싶다면 20년은 되어야 제맛을 조금은 알 수 있으며 제대로 인정을 받으려면 30년 이상은 되어야 주위에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이와같이 제맛을 음미할 수 있는 오래된 보이차는 오묘하고 깊은 맛이 있다. 김정관 수필가는 이 때 느껴지는 맛과 향의 오묘함은 목안으로 넘긴 뒤에 입안과 코로 되돌아 나오게 된다.” 고 이러한 보이차의 맛을 평했다.

 

 보이차의 또 다른 맛은 첨미(甛味)가 있다. 첨미라는 것은 차가 입안에 들어올때 혀로 감지 할 수 있는 미미한 단맛을 뜻하는 말인데, 한자 뜻 그대로 달 감()에 혀 설()를 합친 뜻으로써 혀끝에서 느껴지는 단맛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차의 맛을 제대로 알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차를 마셔 보아야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어떤 차에는 첨미만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차는 회감만 느껴지며, 아주 좋은 차에서는 회운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보이차 맛을 제대로 맛 볼줄 아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서 보이차의 좋고 나쁨의 가치가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첨미는 보이차 중에서도 좋은 숙차에서 느껴지는 것이며, 이런 맛이 좋은 고급 숙차라고 차담 여주인이 귀뜸해준다. 더불어 회감과 회운은 좋은환경에서 갈무리가 잘된 묵은 생차에서 느껴 진다고도 했다.

 

 보이차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급속히 발효시킨 숙차를 보이차로 달여 마신다. 이런 숙차에는 회감과 회운은 없어지고 첨미만 남아있다. 생차를 오래도록 발효시키면 쓴 맛이 남아 있어서 회감과 회운이 남이 있어서 보이차의 맛을 결정짓게 된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단맛보다는 느긋하게 느껴지는 보이차의 맛과 같은 새로운 맛을 음미하며 차담을 나누며, 보이차를 마시는 자미와 풍미를 공유하면 어떨까 싶다.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다 보니 벌써 장선생은 열두번째 다관에 물을 붓는다. 그 사이 여주인은 이 보이차 한 번 드셔보세요하며 중국에서 몇일 전에 들여왔다는 용정 보이차를 내어 놓는다.

 

 특별하게 이 맛이구나 하고 느껴지지는 않는 보이차지만 삶의 언저리에서 함께 어울리며, 차를 마시고 차담을 나누며 사는 인생이 참 멋이 아니각 싶다. 보이차를 마시는 동안 장선생과 차담 여주인 자운과 나누는 정담들이 모두가 즐거운 하루의 행복이며 종갓집 중구는 울산 시민의 쉼터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