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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열일곱 살 젊은 별들에게
고등학생 이백오십명 목숨을 잃은 세월호 침몰에 부쳐
기사입력: 2018/04/18 [15:3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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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 문모근 시인/본지 편집위원     ©UWNEWS

 

 

 

 

 

 

 

 

 

 

  열일곱 살 젊은 별들에게

  -고등학생 이백오십명 목숨을 잃은 세월호 침몰에 부쳐

 

                                                              문모근

 

  육천여 톤 육중한 세월호.

  생전 처음 배를 타거나 바다를 본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기억하는가.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수학여행을 위해

  며칠을 준비하고, 설레는 밤을 지내고

  몇 시간 후면 도착할 제주도를 그리며

  옹기종기 모여 첫날밤을 이야기하거나

  색다른 추억을 모색하는 시간.

 

  배는 기울고, 선실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순식간 혼란스러울 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말 들었네. 잘 들었네. 그러나

  그게 마지막일줄. 그게 끝일 줄 몰랐네.

 

  삼백 이십 오명 가운데 이백 오십 명.

  수중에서 절규하고 막히는 숨통 쥐어뜯으며

  살려 달라 외치고 몸부림치며 호소할 때

  바다는 외면했고, 선원들도 뒤돌아서

  모른 체 했네. 자신들만 아는 전용통로로

  도망가기 바빴네.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마지막 보낸 문자메시지.

 

  가슴이 찢어지고, 숨이 막혀 차마 읽지 못하는

  그것.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고등학교 이학년 우리 아이들.

 

  살아있으나 죽은 것 같고,

  숨을 쉬나 멈춘 것 같은

 

  깊은 밤은 이어지고 탈진해 눈물마저 말라

  살펴볼 수 없는 얼굴들. 이백 오십 명 친구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이학년 학생들아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아이들아

  젊은 날의 꿈과 희망이

  송두리째 떠내려가고 주검마저

  찾아보기 어렵구나.

 

  돌아 와다오. 한 명 만이라도.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겠네.

 

  어떡하니. 어떻게 하니. 동동 굴러도

  소리 없이 눈물 흐르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기억하자. 2014416일 오전 858.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바다 맹골수도.

  그리고 팽목항의 절규와 절망.

 

  용서해다오.

  어른들이 잘 못했다.

  정말 잘 못했다.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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