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 1899~1931년) 선생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에 “아동권리공약” 3장을 발표하였다.

 
이 공약의 내용은 “제1장,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許)하라. 제2장,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의 그들에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廢)하라. 제3장, 어린이에게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만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行)하라.”였다.

 
방정환 선생의 “아동권리공약”은 국제연맹이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선언”(아동의 권리에 대한 최초의 세계적인 선언)을 채택한 1924년보다 1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조선시대 이후 우리 사회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을 고수하던 가부장제도(家父長制度)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당시 아동은 종족의 보존수단으로서 부모의 예속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방정환 선생은 이러한 사회풍조에 큰 경종을 울렸다.

 
“어린이는 결코 부모의 물건이 되려고 생겨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기성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네는 훌륭한 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고, 저는 저대로 독특한 사람이 되어갈 것입니다.”

 
이처럼 방정환 선생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어린이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천명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실천한 선각자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구조도 빠르게 변화하여 왔다. 공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이혼율의 증가, 다양한 가족형태의 등장 등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근래에는 금전만능주의와 물질주의 풍조가 만연하면서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어 ‘가족해체’라는 극단적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족해체’는 부(父)나 모(母)의 품을 떠나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에서 자라야만 하는 어린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야할 아이들이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과 같은 결손가정에서 힘들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결손가정은 아무래도 가족구성원 간에 갈등상황이 자주 발생하여 아동양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동은 인간의 존엄성과 잠재성을 타고난 독립적인 인격체이며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지속적으로 변화, 성장, 발달해 가는 존재다. 아동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및 사회적 측면에서 양적, 질적으로 변화해 가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아동에게 성장 발달의 힘이 잠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잠재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이 시기적절하게 조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가 나서서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이다. 

 
17세기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는 “아동은 기본적으로 악(惡)하지 않으며 백지와 같은 상태로 태어나 학습이나 경험의 영향에 따라 각기 다른 인간으로 자란다”는 견해를 주장하였다. 이처럼 아동은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다. 인생의 초기단계인 아동기는 성인으로 자라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좋은 환경과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이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책임이다.

 
“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앞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착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히 잠을 잔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남긴 이 글은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아동복지서비스를 실천하는 사회복지담당자들이 깊이 새겨야할 값진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