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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살아 있음에
기사입력: 2018/01/25 [09:3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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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91년의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해매던 75세의 남편과 68세의 노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을 못이겨 차안에서 죽고 말았다.

 
자녀들의 노력으로 2개월 뒤 골짜기에 기름 한 방울 남아있지 않은 차에서 시신을 발견한다. 차안에는 어머니의 마지막 생애 18일 동안의 일기가, 결국 자녀들게 유언이 된다.

 
아래는 자녀들이 몇 년 후 언론에 밝힌 일기 내용이다.

 
91년 3월1일 새벽 6시 30분 우리는 지금 밤새 내린 눈속에 갇혀 꼼짝 못하지만 아름다운 광경이다. 새벽에 한자나 더 내려 유리창을 열수가 없구나. 어젯밤부터 우리는 성경을 읽으며 기름을 아끼려 2시간 마다 5분씩 히터를 틀지만 추위 이기기가 몹시 힘들구나. 너희들 형제간에 우애좋게 지내고 손자 손녀들을 사랑했다고 전해다오. 지금 우리는 완벽하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섭리에 의지할 뿐이란다.

 
3일째 날이다. 젤리 두봉지와 껌 두개를 찾아 아껴 씹고 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쥐어 먹기도 한다. 아버지는 출근 걱정도 하고.....

 
3월6일 칠일째~. 차의 기름이 떨어져 히터를 켤수 없구나. 3월 12일 십삼일째. 한모금의 물이, 한 입의 음식이 이렇게 귀한줄 몰랐구나. 몸이 못견디게 약해졌다.

 
3월18일 십구일째 오늘 아침 너희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난 그것도 모를만큼 힘이 없었나 보다. 좀전만 해도 하나님 은혜에 감사한다고 중얼거렸는데...... 나도 곧 뒤따라 가야 할것 같다. 앞이 잘 안보인다. 우린 너희들을 정말 사랑했단다. 천국에서 만나자~. 지금껏 보살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자 얘들아~.

 
노 부부는 결국 이렇게 깊은 산악 눈덮인 골짜기에서 숨을 거두었다.

 
어쩌면 이 부부의 죽음은 우리들의 미래와, 크게 다를바 없지만 자녀들에게 남긴 일기가 우리들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것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속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감 하는데 있었다.

 
위의 노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이렇게도 차분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도 가장 절박하고 비참한 상황속에서도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평탄과 행복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것도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꽃과 같다. 꽃은 바람에 흔들려도 땅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결국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하늘을 향해 아름답게 피어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흘러가게 하지 말자.

 
그 시간은 미워하고 싸우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사랑하고, 위로하고, 섬기고, 용서 하면서 살다보면 우리도 꽃이 된다.

 
오늘도 우리가 살아 있음에 뜨거운 감사의 기도를 드리자.

 
(이야기 출처: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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