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오피니언
이창형
노인복지에 대한 단상(斷想)
기사입력: 2017/12/21 [10:02]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UWNEWS
▲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우리는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 사람을 노인(老人, 늙은이)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노인을 일컫는 말은 매우 다양하다. 노구(老軀), 노부(老夫), 노옹(老翁), 쇠옹(衰翁), 구로(耉老), 기구(耆耉), 기애(耆艾), 노공(老公), 노인장(老人長), 존로(尊老), 존옹(尊翁), 노존(老尊), 노군(老君), 고령자(高齡者) 등은 한자어에서 유래되었다.

 
요즘은 시니어(senior), 실버(silver) 등 외래어가 노인을 지칭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어르신’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연로한 고위 문신(文臣)들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기로소(耆老所)라는 관청을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기(耆)’는 연고후덕(年高厚德)의 뜻을 지녀, 나이 70이 되면 기(耆), 80이 되면 ‘노(老)’라고 하였다. ‘기소(耆所)’ 또는 ‘기사(耆社)’라고도 하였다. 조정에서는 매년 상사(上巳, 음력 3월상순의 巳日, 혹은 3월 3일)와 중양절(重陽節, 9월 9일)에 보제루(普濟樓)에서 기로연(耆老宴)을 베풀었다.

 
국가 경영에 대한 기여도가 크고 경륜이 높은 노인들을 공경하고 예우하겠다는 차원에서 열린 큰 잔치였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노인에게 특별히 주던 벼슬인 노인직(老人職) 또는 수직(壽職)이라는 제도도 있었다. 매년 초에 각 도(道)의 관찰사가 여러 읍(邑)의 호적에서 80세 이상 된 노인을 뽑아 노인직(老人職)을 제수하였다.

 
노인직(老人職)이 명목상으로 벼슬이라고는 하나 실질적인 권한은 없고, 단지 쌀이나 고기 등을 하사품으로 받았다. 노인직(老人職)은 노인을 공경하고 효를 강조하기 위한 유교적 경로사상(敬老思想)에 입각해 국가 차원에서 실시한 경로제도의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와서 노인의 복지에 대해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에 ‘노인복지법’을 제정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노령연금제도와 노인에 대한 의료비 지원제도 등 여러 가지 노인복지제도가 순차적으로 도입되어 시행되었다. 이외에도 공공시설 무료이용, 지하철 무료 승차 및 기차 항공요금 10%~70% 할인 등의 혜택이 노인들에게 제공되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현재의 ‘노인 연령기준’ 65세를 70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의 개선으로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65세에도 노동생산이 가능하고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립적인 경제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국민건강보험 등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연령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고령화사회’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데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65세 이상 고령층이 처한 생활여건이나 형편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노인 연령기준’부터 바꾸자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연금제도가 일천하여 노후준비가 부실한데다, 정년 후 노인들이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노인복지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국가나 사회를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한 노인들이 불편 없이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정부는 질병, 빈곤, 고독, 무위(無爲) 등 대부분의 노인들이 겪어야 하는 4가지 고통(苦痛)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