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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무죄추정의 원칙’과 인간의 존엄성
기사입력: 2017/11/09 [12:0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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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사회복지법인 경영인/전 울산대 교수     ©UWNEWS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4항은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275조 2항도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처럼 ‘무죄 추정의 원칙’은 ‘적법 절차의 원칙’과 함께 형사재판 절차상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 원리로서, 수사기관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 및 구속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구현하는 형사제도의 하나로 법관이 피의자를 법정에서 직접 심문해 보는 소위 ‘실질심사’를 통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있다.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하는 권한은 검사에게 있으나, 법원은 검사의 영장청구에 대하여 구속의 이유가 상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만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01조4항 전단).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범죄혐의자에 대한 강제처분이므로 이를 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합법적인 영장이 필요하다고 명시한 것이다(형사소송법 제201조1항). 


항간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놓고 국민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불필요하게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과 법원이 부당하게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는 주장이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첨예하게 갈라진 정치권과 민심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이제 ‘피의자 구속’ 여부를 놓고 피아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형사법의 근본정신과 법제도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이념과 감정에 따라 마구 인민재판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의자 불구속 수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인권보호 장치이다. 불구속 수사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신체의 자유’에 관한 헌법 이념에 부합한다.


피의자가 죄를 지었다고 생각할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고,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를 없앨 이유가 있는 경우 또는 도망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무죄추정을 받고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징역이나 금고 등 자유형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 강제처분을 가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의 산물이다. 왕권(국가)의 무리한 공권력 행사로부터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을 보장받기 위하여 수많은 시민의 고귀한 희생을 대가로 얻은 것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선포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제9조에 “누구든지 범죄인으로 선고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라고 명시하였다. ‘인간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는 시민의 자유권을 수호하려는 근대법의 특징이다.


아무리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법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따르지 않고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1948년 UN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에도 “모든 형사피의자는 자신의 변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보장된 공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의자 구속은 다른 방법에 의해서는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용될 때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열 명의 범죄자를 잡지 못해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라”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무고한 자를 비난하느니 죄 있는 자를 풀어주는 게 낫다.”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말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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