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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태화강 꽃밭을 거닐며
기사입력: 2017/10/13 [12:4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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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전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오월, 햇살 밝은 어느 날 태화강 둔치의 꽃밭 길을 걷는다. 온갖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 도심과 강물에 꽃빛을 수놓고 있다. 선홍의 빗빛 양귀비 꽃이며, 흰 안개초, 수레국화를 비롯한 재배꽃과 야생화들이 천태만상 제 예쁜 모습을 뽐내며 봄의 향연과 더불어 꽃축제를 선보인다.

 

투박하면서도 엷은 꽃송이들은 맵시와 향기를 발산하며 강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잎은 더 할 수 없는 풍경의 극치다.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춘 채 바위 턱에 걸터앉아 가만히 꽃들의 잔치를 눈여겨본다. 어쩌면 그리고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일까? 자연은 위대한 창조자임을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얼마 전 나주의 박씨네 정원에서 보았던 호수의 노오란 창포꽃을 떠올린다.


 수천 평 연못에서 만발한 창포꽃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 노오란색의 꽃은 나를 어린 시절로 이끌고 갔다. 집 뒤안 채전에 노랗게 핀 배추장다리 꽃을 연상시키고, 한동안 무아의 경지에 빠지게 한다.


 환상처럼 떠오르는 두보의 시 '곡강(曲江)'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점수청정(點水淸淨)의 봄 풍경을 읊은 대목이 절묘하다. 강변 꽃밭에서 놀던 잠자리가 잔잔한 수면 위를 엷은 날개짓하며 살짝 구부린 꽁지로 물 점 하나 살며시 찍고는 알을 낳고 날아가는 잠자리의 절묘한 모습이 연상된다.


 옛 사람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한스러워하며 꿈같은 인생살이를 조금이라도 보람 있게 살려고 애썼다. 달이 밝은 밤에도 꽃구경을 즐겼고, 어두운 밤에는 등불을 밝히고 놀았다.

 

중국의 시성인 이태백은 도리원에서 오얏나무 꽃과 복사꽃이 만발한 봄밤에 인생무상을 절감하며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挑李園序)란 시를 남겼다. 구구절절이 무상함을 읊으며 한탄했다.


 잠시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니 명주 천 같이 엷은 흰 구름이 흐르다 길을 잃은 듯 꽃밭위에 그늘 막을 친다. 햇살이 튀던 꽃잎이 잠시 휴식을 찾는 듯 꽃잎마다 싱그러움이 번진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걷던 길을 다시 걷는다. 학성교 아래쪽은 시발 금계국이 활짝 만개하여 장관을 이룬다.


 언제이던가? 이십년 전 네덜란드 공항의 상공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 국토가 꽃밭이었고 꽃 수출로 먹고 삶을 실감했다. 바둑판같은 평원에는 온갖 꽃들이 재배되어 전 세계로 수출되었다. 특히 장미와 백합, 카네이션, 튤립은 타국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 꽃의 대국이며 원산지였다. 국보급인 흑튤립은 영국도 보유하지 못하는 특종중의 특종으로 네덜란드만이 가진 품종이라 했다.


 그 꽃무리를 보면서 얼마나 감탄했던지 20여년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재배되어 자체 생산하는 장미는 그 품종이 당시만 해도 50여종에 이르렀다. 선진 하훼 기술을 견학하고 이전받은 우리 나라는 이제 장미와 구근류의 품종은 많이 확보된 것으로 안다. 그 때문인지 관공서 정원이나 거리의 광장, 공원에는 여러 가지 품종의 구근류 꽃들이 다양한 색상으로 피어나고 있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경상남북도 면적만 밖에 되지 않지만 작으면서 큰 나라이다. 북유럽에서 항구 물돌량이 제일 많고, 꽃시장이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꽃을 보고 자란 오드리 햅번은 영화 '로마의 휴일' 주연 여우로 세계적인 대 스타가 되었다. 꽃의 아름다움 속에 자란 햅번은 심성이 고와 세계빈민 복지재단을 만들고 아낌없이 돈을 썼다. 또한 세계적인 화가 람브란트도 꽃을 가꾸는 농부의 아들이다. 이들 외에도 많은 예술인들이 네덜란드 출신이 많아서 그들 국민 모두는 행복해보였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울산, 태화강 둔치는 꽃의 아름다움으로 넘쳐나고 둔치를 산책하는 시민 모두는 행복감을 가슴에 안는다.


 '사람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그 유한함이 뼈저리게 다가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장엄한 풍경은 이기심과 계산속이 사라진 성자(成者)를 만나는 듯한 정화의 효과를 준다' 고 조용헌은 말했다.


 태화강 꽃밭을 거닐면서 인생의 유한함을 더욱 절감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밭마저 없으면 일상이 얼마나 삭막할까? 우리 모두 허망함을 가슴 아파하지 말고 강변의 꽃밭을 가꾸고 아끼며 삶의 즐거움을 가져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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