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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다시 등장한 기우제(祈雨祭)
기사입력: 2017/07/03 [09:2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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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민주평통 외교안보위 상임위원/전 울산대 교수   ©UWNEWS

 올해는 유난히 가뭄이 심하다. 채소밭에 흙먼지가 풀풀 날리고, 물이 모자라서 모내기를 못한 곳마저 수두룩하다.

 

작년 겨울에 시작된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전국의 주요 댐과 저수지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충주댐의 수위는 119m 부근까지 내려가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했던 1994년 6월 29일의 112.3m에 근접하고 있다.

 

서울의 물 공급원인 소양강댐의 수위도 165m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m 정도나 낮아졌고, 저수율도 30% 대로 떨어져 45년 전 물에 잠겼던 수몰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날 지경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그동안 모습을 감췄던 기우제(祈雨祭)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충남 홍성군은 백월산(해발 394.3m)에서, 충북 음성군 원남면은 백마산(해발 464m)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비를 내려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은 기우제가 열리고 있다.

 

기우제의 재등장은 그만큼 가뭄이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수리관개(水利灌漑) 시설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기우제가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농사(農事)가 농민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이었고, 그 농사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비에 대한 관심은 고조선 시대에 이미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단군신화』에 환웅(桓雄)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내려 왔다는 기록이 그 한 예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은 삼국시대(三國時代) 때부터 나타난다. 삼국시대에는 명산대천(名山大川)이나 시조(始祖) 묘에서 기우제를 지냈고, 고려시대에는 불교식 법회인 태일(太一)이나 도교식의 초제(醮祭), 무당을 모아서 지내는 취무도우 (聚巫禱雨) 등을 통해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고려사』에는 “고려 성종(成宗) 10년에 가뭄이 들자 그 원인이 정화(政化)의 쇠퇴와 형상(刑賞)의 불공정함이 아닌지 염려하여, 그 대책으로 죄수를 방면하고 국왕이 근신하는 한편, 부처님께 기도하고 산천(山川)에 제사를 올렸으며, 노인에게 은혜를 베푸는 조치를 취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고려사절요』에는 기우제를 지내는 예법(禮法)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따르면 “가뭄 때에는 죄수들을 자세히 심리하여 죄 없이 억울하게 형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고, 무덤이 파헤쳐져 밖으로 드러난 해골을 묻어 주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각종 주술적 방법을 동원한 유교식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이 성행하였다. 가뭄이 들면 천명(天命)을 잘못 받들고 정사(政事)를 부덕(不德)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비롯한 조정대신들이 모두 근신을 행하였다.

 

《현종실록》에 따르면 “현종 7년(1666)에 가뭄이 극심하고 폭풍이 연이어 불어와 벼가 심하게 손상되어 결실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백성을 생각하노라면 매우 근심스럽고 애가 탄다. 가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상규(常規)에 얽매여서는 안 되겠으니 기우제를 지내도록 하라"고 임금이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농업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농사가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해갈이 되지 않고 가뭄이 지속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타격을 입어 생활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늦었지만 모두의 지혜를 모아 물 부족 현상을 타개해야 한다. 4대강에 저수된 물을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개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물이 풍부한 발원지 계곡에 소류지를 많이 만들어 강 상류지역에 수자원을 담수하였다가 가뭄 때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면 좋겠다.

 

각 가정의 생활용수를 절약하는 등 물을 아껴 쓰는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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