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법인‘서울성만원’원장/전 울산대 교수     ©UWNEWS

 꽃이 피는 계절을 맞아 일본 관서지방(關西地方)을 둘러보고 왔다. 벚꽃(サクラ)이 만개한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京都)는 관광객들로 발을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붐볐다.

거리 곳곳에는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着物 : きもの)를 멋지게 차려 입고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교토는 매년 3월 하순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여 4월 초순에 만개한다고 한다. 봄이 되면 일본 전역에 화려하게 벚꽃이 피어나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고도(古都) 교토(京都)의 벚꽃 풍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벚꽃은 일본의 나라꽃(國花)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일본의 정원과 공원, 가로변 등 사람 발길이 닿는 곳에는 어김없이 벚나무가 자라고 있다. 일본이 언제부터 벚나무를 심고 가꾸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으나,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엽집 萬葉集》에 45수의 벚나무 노래가 들어 있다고 하니 그 역사가 꽤나 오래된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오랫동안 벚나무를 심고 가꾸어 오면서 다양한 개량 품종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왕벚나무(ソメイヨシノ)가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토(京都)는 794년 간무(桓武) 천황이 나라(奈良)에서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 이후 1868년 메이지 유신 당시 에도(江戶)로 천도할 때까지 1천년 이상 일본의 수도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일본 국보의 약 20%, 중요문화재의 약 14%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교토는 일본의 오랜 전통과 풍습을 아직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교토 시내는 일본의 전통 목조가옥이 늘어서 있어 매우 예스럽고 고즈넉한 풍취를 즐길 수 있으며, 거리 주변에는 일본의 전통 차(茶)와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1년에 교토를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 수가 2000년대 초반에 벌써 5천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6년 쿄토 지역 호텔과 전통 여관에 투숙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480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교토가 세계 유수의 관광도시로 발돋움한 데에는 천년 고도(古都)로서 간직한 수많은 역사적 유적을 잘 보존해 온 것이 일차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으나, 이차적으로는 이러한 역사적 바탕 위에 일본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문화유산들을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재창조하여 관광 상품화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례의 하나로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和服)를 들 수 있다. 교토는 옛날부터 직조기술(織造技術)과 섬유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기모노를 만들어 일본 전국에 공급하였다.

기모노는 나라 시대(奈良 時代, 645~724) 초기부터 일본인들이 즐겨 입어 온 옷으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소매는 길고 넓으며 목 부분이 V자로 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추나 끈이 없이 왼쪽 옷자락으로 오른쪽 옷자락을 덮고 허리에 오비(帶)를 둘러 묶는다. 일본은 오랜 세월을 거쳐 색상과 디자인을 현대화하고 다양화하여 기모노를 세계적인 의상으로 발전시켜 왔다.

무로마치 시대(室町 時代, 338~1573)에는 겉옷인 소매가 짧은 고소데(小袖)를 개발하였고, 현재 쓰이는 넓은 오비는 18세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제 기모노는 일본을 찾는 세계 여성들이면 누구나 한번은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고급화, 상품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심지어 예식 때 입는 고급 기모노 한 벌이 100만엔(약 1,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도 전통의상인 한복(韓服)의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고급화하여 외국관광객들이 한번쯤은 입어보고 싶은 옷으로 관광 상품화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