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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한반도의 소나무 숲
기사입력: 2017/01/12 [14:0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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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전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우리나라 산야를 뒤덮고 있는 숲은 소나무가 가장 많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토의 70%이상이 소나무 숲으로 덮여 있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그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첫 번째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이며, 그 다음이 제선충이라는 소나무에 기생하는 병충해이고, 다음이 해마다 겨울철에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산불로, 1년에도 수십만 핵트알에 이르는 산림자원이 훼손되고 있다.


소나무가 자라던 지역에 소나무가 자리를 내어주면 급격히 활엽수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번성하게 자라는 것이 참나무류이고, 그 다음이 산벗나무, 오리나무 등이다. 이들이 숲을 이루게 됨에 소나무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소나무는 한대식물로 춥고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잘 자라는 강한 수종이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으면 병충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노령목으로 자라지 못한다. 대개 아름드리 노령목은 바위가 많은 산등성이나 거칠고 메마른 경사면에서 울창하게 잘 자라고 있다. 이것이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이다.


그러고 보면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소나무의 분포지역이 형성되어 있다. 강원도의 강송, 울진 봉화지역의 춘향송, 안면도의 안면송을 통틀어 금강목이라 하며 이 나무들을 최고 목재로서의 가치가 있는 황장목(黃腸木)이라 부른다. 아주 재질이 단단하고 색감도 노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어 대목장의 사랑을 받는 수종이다.


소나무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자랄수록 붉은 빛을 띠는 조선 소나무의 원래 고향은 연해주 쪽이다. 2천여 년 전부터 차츰 남쪽으로 분포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 한반도 산야이다. 그러면 그 이전에는 어떤 나무들이 자랐을까가 궁금해진다.

 

울산 석유화학 공단 조성 당시 지하 20~30미터에 묻혔던 귀화석을 분석하니 지름 30센티미터에 이르는 참나무류였다. 그렇다면 수천 년 전의 한반도 전역 산야의 숲은 어떤 수종이었던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이렇게 수 천 수 만년에 걸쳐 지구의 변화에 따라 지구 표면에 자생하던 동식물의 변화상을 상상해볼 수 있어 퍽 흥미롭다.


소나무류는 품종이 여러 종이지만 분포 지역도 세계 여러 곳에서 만나게 된다.

 

열대지역인 보르네오 섬의 바닷가에 자라는 송수(松樹)는 잎이 길고 부드럽고 침엽 같은 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나 잎을 뽑거나 가지를 꺾으면 송진향이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소나무류만이 가지는 특유한 피톤치드 때문이다. 솔향은 대왕송에도 많이 느낄 수 있으며 잣나무는 더욱 진하다.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내륙에서 자라는 소나무, 해안의 곰솔, 백두산 일원 이도백하 지역의 미인송, 잣나무, 일본 남부지역의 금송, 울릉도의 솔송, 대왕송, 리기다송, 반송, 용송, 금송, 백송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소나무가 지구상에 자라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15여 년 전 몽골 초원 토진나르스(Tujinnars)에서 보았던 소나무 군락지대이다. 이 지역은 몽골에서 지정한 솔숲보호지역이며 국립공원이기도 하다. 북위 41도와 52도 사이에 있는 나라로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 일부는 카자흐스탄, 이외의 지역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면적 157만Km², 인구 300만의 국가로 산림 면적이 10Km²로 우리나라 면적과 거의 같다.


산림지역은 바이칼 호수 남부 창가이, 중앙아시아 3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바이칼 남부지역은 몽골 북부지역으로 시베리아 잣나무(Pinus sibirica)와 시베리아 낙엽송(Larix sibirica), 구주소 나무(Pinu sylvestris), 시베리아 전나무(Abies sibirica),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가 많이 자란다.


구주소나무가 분포하는 곳은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300km가량 떨어진 셀렁게 주의 토진나르스 지역이다. 셀렝게 주는 몽골 21개 주의 하나인데 면적이 4.3km²이다. 인구는 10명에 이른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대표하는 주는 수흐바타르(sukhbatar)이다. 셀렝게라는 이름은 셀렝 강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셀렝 강은 몽골에서 시작해 러시아로 흐르는 강으로, 몽골의 항가이 산맥에서 발원해 바이칼 호로 들어가는 길이 1024km의 길고 먼 강이다. 이 지역의 겨울은 매우 추워서 평균 겨울 기온이 35~42도C로 여름은 30~36도C로 기온차가 크다. 연평균 강수량은 300~400mm이고 여름과 겨울 사이에 가장 많이 내린다.


셀렝게 강가에는 비슬나무와 키 낮은 버드나무가 많이 자란다. 넓은 초원에 우뚝 우뚝 선 소나무가 엷은 초록 위에 짙은 초록을 모자이크한 듯 인상적이다. 위로 솟을수록 붉은 줄기가 더 넓게 가지를 뻗었고 선덕여왕 왕릉 같은 수관은 우리나라의 금강송을 연상하는 것 같아 더욱 정감을 더했다. 산불을 견뎌내고 버티고 선 노령목은 그 모습이 너무 단단하고 의연한 모습이어서 나도 모르게 경외감을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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