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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기사입력: 2009/02/26 [20:5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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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호 시조시인
▲     추창호 시조시인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7명의 부녀자를 연쇄 살해한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범인이 여성들에게 살인충동을 느끼고 사냥하듯 접근해 잔혹하게 살해한 범행 수법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들은 보통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며,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특징을 보인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하는 등 책임감이 없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뉘우침 없이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철저히 자신을 숨긴 채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오다가 이번 사건의 주인공처럼 어느 순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이러한 반사회적 성격은 대개 어릴 때부터 그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12세 이전에 품행장애를 비롯해 동물학대, 도벽, 부모나 선생님에 대한 강한 반항감 등으로 표출된다고 밝혔다.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렇게 형성된 반사회적인 성격은 특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아온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일 경우 이번 사건과 같이 엄청난 범죄 등으로 분출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 같은 이러한 분석과 해석이 어떻든 간에 사람이 사람을 살해할 권리는 그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 번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도스토에프스키가 쓴 ‘죄와 벌’은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한 번쯤 되새겨보아야 할 내용이 아닌가 한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집권한 시대에는 사람을 ‘범상한 인간과  비범한 인간’으로 나누고, 비범한 인간은 경우에 따라 많은 인간을 살해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관념이 유럽 전역에 확산되어 있었다. 도스토에프스키가 쓴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바로 그런 인간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만인을 위해 위대한 업적을 내어 만인의 행복을 보장할 비범인(非凡人)은 쓰레기 같이 널려있는 인간쓰레기들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라스콜리니코프는 쓰레기나 벌레와 다름없다고 판단한 전당포 주인을 죽였고 실수로 그녀의 여동생까지 죽였다. 스스로 비범한 인간이어서 사람을 죽여도 아무런 죄가 안된다고 믿었던 이 주인공은 살해 후에 끝없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결국 이런 죄의식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라스콜리니코프를 구원해 준 것은 창녀인 소냐의 순수한 영혼과 사랑이었다.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7명의 부녀자를 연쇄 살해한 이번 사건은 이처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사랑 부재 현상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가 한다. 만일 범인이 결손가정에서 자라지 않고 어릴 때부터 타인의 풍족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면 사이코패스의 반사회적인 성격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충격적인 사건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흉악한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사랑 나누기는 인명 경시 풍조가 팽배한 오늘날의 사회적인 병리 현상을 타개할 최적의 처방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의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 모두 사랑 나누기 운동에 동참하여 범죄 없는 따뜻한 사회를 일궈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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