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컬럼
한 통의 편지가 주는 감동
기사입력: 2008/11/20 [08:53]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추창호 시조시인/울산문협이사
   
『대통령 각하, 각하의 초청에 깊이 감사하오며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같은 시각에 학생 시절 저에게 글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은사님을 모시기로 하였으므로 각하의 초청에 가지 못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이렇게 백악관 초청까지 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 주신 옛 스승님의 은혜를 저는 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호화스러운 백악관 만찬회장보다는 시골 학교의 간소하고 초라한 사은회 장소에 참석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없이 보람과 기쁨이 되겠으며, 또 위대하신 대통령 각하를 뵙는 영광보다는 노쇠하신 저의 옛 은사님을 뵙는 것이 더 영광의 시간이 되겠기에 각하의 초청에 응하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글은 퓰리처상 수상작인《남태평양 이야기》를 비롯하여 모두 30여 권이 넘는 장편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미치너가 은사님과의 선약을 지키기 위해 존슨대통령의 초청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편지이다. 참으로 위대한 작가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라. 시골학교의 사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처럼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하는 편지를 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옛 은사님을 만나 뵙는 게 대통령을 만나는 일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자신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편지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이런 자신의 자부심과 재능을 키워주신 은사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다. 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오늘날에 비추어본다면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바담 풍’ 하여도 너는 ‘바람 풍’하여야 한다는 우스개 같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선생님들이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바른 것만 가르치겠다는 열의와 생각이 담겨있다. 군사부일체라 했던가. 교육은 이런 선생님을 믿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만일 아이들이 선생님을 믿고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 교육이 될 수 있겠는가. 교육이 펄펄 살아 이런 아름다운 사제지간을 많이 보았으면 한다. 
  어쩌면 옛 은사님과의 선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초대를 거절한다는 것은 손익 계산이 빠른 현대인의 논리로 따진다면 참으로 어리석고 우직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어리석고 우직한 일이 통하고 존경받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물빛 고운 이 가을날, 한 통의 편지 속에 담겨있는 감동을 다시 읽어보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