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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댁의 레시피 … 돌게장 (1)
기사입력: 2022/12/07 [15:5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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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고향 삼천포 대포리는 동쪽으로는 와룡산 아래로 벌판이 넓게 펼쳐져 있어 수량이 풍부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서쪽으로는 파도 한 점 없이 호수 같은 사천만이 펼쳐져 있어 연안 수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곳이었다.

 

육지에서 유입되는 유기질로 인해 먹잇감이 풍부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가 확실해서 갯벌과 바다는 조개면 조개, 쏙이면 쏙, 낚지면 낚지, 파래면 파래, 물고기면 물고기가 항시 빠짐없이 풍족했다.

 

특히 갯벌에 먹잇감과 수초가 많아 생명력이 강한 ‘게’의 천국이었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온갖 종류의 게들이 로마 병정들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게는 등딱지가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고 다섯 쌍의 발이 있는데, 엄지가 집게로 되어 있어 잡을 때 조심을 해야 했다.

 

게는 사는 곳의 생태환경에 따라 그 크기나 모양이 천차만별이었다.

 

일반적으로 게들은 갯벌에서 살았다.

 

대포 앞바다에는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등딱지가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작은 게였다.

 

이 게는 ‘방게’라고 하는데, 우리 고향에서는 그놈을 동작이 빠르다고 일명 ‘빤재기, 빤쟁이’라고 불렀다.

 

이따금 작다고 무시를 하는데 반찬이 귀하던 그 시절에는 깨끗하게 손질해서 간장에 졸여도 맛있었고, 된장국에 넣어도 한 맛을 더했다.

 

게는 꼭 바다에서만 서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중에 ‘참게’는 바다로 유입되는 민물의 수로를 거꾸로 올라와 아예 민물에서 살아가는 특이한 종류였다.

 

또 바닷가와 십 리나 넘게 떨어진 산이나 마을의 담브랑에도 사는 게도 있었다.

 

바로 집게가 빨간 ‘부엌게’였다.

 

이놈들은 아예 사람들이 사는 부엌에 침입해서 음식 찌꺼기를 훔쳐 먹기도 하여 ‘도둑게’라는 별호가 붙었다.

 

마을 곳곳이나 들로 다니며 음식 찌꺼기를 청소해 주기도 하고,

 

모기 유충이나 해충들을 잡아먹기도 하여 바닷가 사람들은 그냥 청소게로 취급했다.

 

그래서 참게는 애써 잡아서 참게탕을 끓여 먹지만, 도둑게는 거의 식용은 하지 않았고 닭의 먹잇감 정도로 생각했다.

 

평생을 마을에서 인간과 같이 살다가도, 반드시 가을에 보름달이 뜨는 만조가 되면, 일생에 한 번의 산란을 위해 먼 바닷가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해에 알이 부화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새끼가 회귀성을 지니고 있어, 봄에 반드시 도랑을 타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러한 게에게서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탐욕에 유혹되지 않는 지조의 도를 배웠다.

 

게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뒤로 물러서기도 하며, 분수에 맞으면 나아가고 분수에 넘치면 과감히 물러나는 군자의 도리를 닮았다고 믿었다.

 

게는 군자의 팔덕(八德) 중에서 청렴하고, 곧음을 뜻하는 염(廉)을 상징했다.

 

또 갑옷처럼 단단한 껍질을 입고 있어 갑옷 갑(鉀)자와 동음인 으뜸 갑(甲)으로 여겨 과거 장원을 뜻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지, 꼭 과거 장원은 아니더라도 게로 만든 요리는 항상 으뜸 갑(甲)을 줄만 한 최고의 요리였다.

 

삼천포 바닷가의 최고의 갑은 꽃게가 아니라 ‘돌게’였다.

 

돌게는 한국의 어느 바닷가에나 존재하며 바위틈이나 갯벌, 수풀 사이에 아무 데나 살았다.

 

아이 손바닥만 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고 큰 것은 어른 손바닥만 한 것도 있었다.

 

표준말로는 다리에 가시가 없다고 ‘민꽃게’라 하였고, 충남 해안가에서는 바위에 박혀 산다고 ‘박하지’, ‘바우지’라 했다.

 

전남 해안가에서는 작지만, 전투력이 있고 억세어 ‘뻘떡게’, ‘벌떡기’라고 불렀다.

 

그런데 우리 고향에서는 뚜껑이 짙은 밤색의 돌을 닮아서 단단하다고 ‘돌게’라고 불렀다.

 

돌게는 봄에 벚꽃이 필 때 그 맛이 최고라지만 사실 알을 품는 여름 빼고 겨울까지 재취하여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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